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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대학이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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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8.04 13: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충청신문=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대학은 상아탑이었다. 하지만 '상아탑'이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대학생들은 극심한 취업난 탓에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고 교수들은 연구 성과를 양적으로 최대한 많이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오늘날의 대학은 오히려 기업을 모델로 삼아 적극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진리를 탐구하는 대신에 기업이 기대하는 연구를 내놓아야 하며,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최근 이화여대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과정에서 경찰이 학교 내에 투입돼 충돌이 빚어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미래라이프대학은 지난 6월 이화여대가 교육부가 추진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직장인 대상 단과대학이다.

학생들은 대학 측이 ‘학위 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총학생회 측은 “이미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진 평생교육이 운영되고 있고, 정원 내 선발이었던 교육부 1차 선정 때에는 신청하지 않았다가 정원 외 선발이 가능해지자 새로 신청한 점, 교육부로부터 30억원의 지원금을 받는 재정지원사업이라는 점은 학교가 돈벌이를 위해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은 비단 이화여대만의 일이 아니다. 이제 대학은 기업이 되었다. 지금은 사실상 거의 모든 우수한 학생이 죄다 서울 소재 대학으로 몰리고 있으며 지방 대학은 신입생을 채우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방 대학의 교수들은 고등학교를 순회하며 신입생의 유치에 목숨을 걸고 있다.

취업률 등을 순위로 매기고 있는 정부의 급속한 위계화에 맞추어 사실상 모든 대학이 기업화되고 있다. 이화여대의 ‘학위장사’는 이화여대 에서는 논쟁이지만 지방대학에서는 생존인 것이다. 한국의 경우 원래 서울 소재 극소수의 명문대학과 지방 국립대학이라는 이원화 체제가 지방의 균형 발전과도 맞물려있었지만, IMF 이후로 그러한 이원화 구도가 급격히 무너졌고 서울과 지방의 대학 간의 양극화가 극도로 심화되었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의 교육의 결실은 학문의 성취가 아닌 취업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대학의 존재 의의는 학생들의 취업 알선에 있다. 정부는 국가의 경제구조를 변화시켜서 일자리를 늘리기 보다는 대학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다. 기업은 대학에게 취업 학원이 되라고 다그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모든 대학이 이렇게 취업을 우선하는 교육 기업이 되었고, 이는 대학의 서열화와 직결된다.

정작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경향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나서서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대학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대학을 요구하고 있고 취업률을 들어 대학을 줄 세우고 있다.

발표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 유리한 방향으로 평가가 진행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년제 일반대학을 중심으로 볼 때에 수도권 대학 57곳 가운데 20곳이 A등급을 받았고, 지역 대학은 101곳 가운데 14곳만 A등급을 받아서 2.5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과 구별되는 지역대학의 고유한 역할이 평가 지표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 더욱 힘을 실어준 셈이라는 것이다.

대학이 스스로 상아탑의 고고함을 버리고 시장의 흐름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대학의 위기와 관련해 외부에 탓을 돌리기 전에 먼저 내부에서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대학은 다시 진리의 상아탑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이끌어야 하며, 학자들 또한 다시금 그 상아탑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교육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대학 교육의 목표는 학생의 취업을 알선하는 것에 있지 않고, 학생을 인재로 양육하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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