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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다·중복 자료 요구, 국감 피로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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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8.31 15:4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오늘 20대 첫 정기국회가 개원하고 26일부터는 첫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국감을 앞두고 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 피감기관에 국감자료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의정 자료 전자유통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자료를 일일이 문서로 출력해 국회의원실로 보내는 ‘아날로그’ 답변은 ‘옛일’이 됐지만 그래도 준비해야 할 자료의 양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고 한다. 밀려드는 자료요구에 담당자들은 죽을 맛인 모양이다.
 
문제는 무리한 자료를 요구하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충북도는 최근 한 국회의원실로부터 ‘개별지가 및 개별주택 예산집행 현황’을 챙겨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개별지가 공시 이후의 이의신청에 따른 수수료, 책자, 인쇄비용, 운영위원회 수당 등을 물은 것이다, 그런데 이 국회의원의 요구가 ‘과거 20년치 연도별 현황’이었다. 황당한 요구에 10년치로 조율했지만 도와 11개 시군 담당자들이 준비하느라 사나흘을 매달리며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같은 위원회 소속 다른 의원이 같은 자료를 요청하면서 표의 가로 세로 양식이 다르다며 재작성을 요구하기도 한다니, 이쯤되면 ‘갑질’에 다르지 않다.
 
한 정부부처의 산하기관에는 최근 3년간 채용공고, 응시자 지원서, 채점표, 연봉계약서를 책자로 만들어 제출하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응시자 지원서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들어 있어서 담당자가 난감해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무리한 요구이지만 이 담당자도 ‘의원님들이 원하는 형식대로 의원님들이 보시기 편하도록’ 종합하고 정리해 자료를 잘 만들어서 올릴 것이다.
 
해마다 국감 시즌이 다가오면 피감기관 직원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연구용역 발주’, ‘최근 5년간 발송한 공문서’ ‘최근 5년간 전화요구 상세내역’ 등 의원들의 과도한 자료 요구에 몸살을 앓는다. 물론 피감기관 감사를 위해 필요한 자료들이겠지만 업무와 관련 없는 자료를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매년 치러지는 국감의 취지가 지난 1년간 행정부 업무에 대한 엄정한 평가인데 해당기관은 5년치, 10년간의 자료 요구에 당혹스러워 한다. 밤샘과 주말 작업을 하느라 직원들은 녹초가 된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정작 국감장에서는 질문 한 마디 나오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엄청난 행정력의 낭비다. 국감 시즌엔 다른 업무는 거의 처리하지 못한다.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의원들의 무리한 자료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슷비슷한 자료를 각각 요청하는 사례도 비일비재다. 그러나 요구 양식이 조금씩 달라 공무원들은 일일이 자료를 만들 수밖에 없다. 공무원 노조가 국감 때마다 ‘묻지마 자료요구’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지만 올해도 변화의 조짐은 없다. 전국 광역단체의 공무원노조연맹은 공무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국정감사 DB 사이트 구축 운영’을 국회에 제안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의 요구는 번번이 퇴짜다. 같은 자료를 공유하면 국감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국회의원들의 논리다.
 
국감은 국정운영의 실태를 파악하고 입법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동시에 국정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함으로써 국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 본연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자료는 필요하다. 국감장에서 질문하지 않았다고 자료가 사장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의원들의 자료 요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비효율적인 과도한 자료 요구는 지양돼야 한다. 적어도 중복 요구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의 업무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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