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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갈라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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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3.01 16: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역사적 선고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중대한 시기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극단적 불협화음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광장에서의 대치는 더 과격해지고, 정치권은 치유는커녕 광장의 목소리에 편승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로 모였다는 어제 3·1절 촛불과 태극기 집회는 국론분열과 대립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탄핵 시계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열린 촛불집회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한 터여서 더욱 뜨거웠고, 태극기 집회도 친박 성향의 보수단체들뿐 아니라 기독교 단체가 대거 참여해 세력을 과시했다.
 
촛불과 태극기의 물결 속에서 튀어나오는 ‘혁명’이니 ‘내란’이니 ‘아스팔트 위의 피’니 하는 섬뜩한 말들은 단순한 기 싸움의 수준을 넘어선 것들이다. 공공연히 증오와 헌재 결정에 불복을 선동하는 말들이다. 심지어 집회에서 혈서가 등장하고 헌재 재판관에 대한 신변위협으로 특별 경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나라가 두 동강 날까 걱정스럽다.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정치인, 특히 대선후보들의 역할이다. 대선을 겨냥한 표몰이를 떠나 탄핵 이후 후유증을 극소화하고 국론분열을 막기 위한 분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 지도자들은 거꾸로 집회 현장으로 달려가 자극적인 언사로 극단적인 행동을 부추길 뿐이다. 
 
그러니 헌재의 결정 이후가 걱정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태극기, 기각되면 촛불 세력의 강력한 반발로 정국이 해방 직후 좌우익 대립처럼 극도의 혼란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대선에서 누가 집권해도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가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나라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무언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28일 낸 담화문에서 “(헌재에서)어떤 결과가 나오든 깨끗이 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특히 국민 통합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가 갈등과 분열의 또 다른 진앙이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헌재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기각하더라도 정치인들은 승복해야 한다”고 밝힌 건 다행스럽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광장을 메우는 건 결국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광장의 에너지를 온전히 정치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게 정치의 책임이자 의무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광장에 나가 민심을 부추기고 선동하는 건 제대로 된 정치인이면 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 탄핵 여부를 헌법적 절차를 따라 마무리 짓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가장 첨예하고 중대한 문제를 정치 대결이나 힘 대결이 아니라 법적으로 해결한다면 그 자체로 우리 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탄핵 찬반 세력 모두가 깨끗이 승복한다는 전제에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제는 헌재의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결정이 날 때까지 헌재를 흔드는 어떤 시도도 있어선 안 된다. 국민을 자극하거나 선동해서도 안 된다. 헌재의 권위를 무시하거나 헌재 결정의 공정성과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헌법 체계를 무시하고, 법 위에 서겠다는 초법적 발상이다.
 
대선주자와 각 정당부터 헌재 결정에 앞서 무슨 결정이든 승복할 것을 명징하게 선언해야 한다. 분열된 나라를 치유와 통합으로 이끌 수 있는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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