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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세월호-그 아픔을 어떻게 극복할까?

이상호 천안 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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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4.23 15: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상호 천안 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충청신문=이상호 천안 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2015년 겨울 대마도에 가 보고 싶었다. 부산에서 아침 8시 배를 타기 위해 하루 전날 아침 아내와 KTX로 부산에 가서 용두산 공원, 태종대 등을 관광하고, 여객 터미널 가까운 모텔에서 잠을 잤다. 새벽에 서둘러 여객 터미널에 도착하여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승선했다. 잠시 후 배는 시속 80km로 달려 1시간쯤 후엔 대마도에 도착할 것이라는 선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고 출항했다. 
 
내가 앉은 뒷좌석에는 기름 냄새가 나고 뭔가 뒤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승무원에게 “이 배가 몇 년 된 배냐. 배가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여 승무원은 “4년 되었는데 그럴 리 없다”고 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세 번째 승무원에게 의문을 제기할 때, 한 남자가 항의를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출항 때부터 배 추진축에 이물질이 걸려 있었다고 하면서 선장을 만날 것을 원했다. 
 
30분 가량을 달렸으나 배는 여전히 둔탁한 소리를 냈고, 40분 가량 지났을 배의 진로가 이상했다. 50분 가량 되었을 때 “배에 이상이 있어 회항하니 양해를 해 달라. 부산항에 도착하여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에 다시 운항 한다”는 선장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나와 그 남자는 출발 당시부터 이상이 있다고 했는데, 무리하게 운항한데 대해 계속 항의 했다. 반응이 신통치 않아 부산 해운항만청에 항의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가끔 이상이 생겨 회항할 수도 있다는 투의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난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해운항만청에도 거센 항의를 했다. 전화 받는 사람 이름도 확인하고 반드시 현장에 나와서 확인하고 결과를 통보해 달라고 했다. 
 
배가 부산항에 도착하여 사람들이 오가고 무엇을 검정 비닐자루에 넣어 나가고 있었다. 검정비닐자루 안에는 파란 폐그물이 가득 있었다. 그 남자의 예측과 나의 불길함이 맞았다. 배는 이미 출발 때부터 추친 축에 그물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다시 배를 운항할 수 없으니 모두 하선해야 하며, 1인당 3만원을 보상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난 배에서 내리기 전에 승무원에게 선장실에 가서 배 제원을 핸드폰으로 찍어오라고 몇 차례 주문했다. 마지못해 승무원이 찍어온 배의 제원은 1999년 제조되어 홍콩에서 15년간 사용하고 퇴역한 배를 사와서 4년째 운항하고 있었다. 내내 세월호의 악몽이 떠올랐다. 세월호 역시 일본에서 퇴역 무렵의 배를 사다가 수선하고 화물칸을 기준보다 늘려 무리하게 운항하던 배가 아니었던가? 
 
세월호는 1072일간을 깊은 바다에서 서러운 주검들과 함께 보내다 인양이 되어 목포항으로 왔다. 304명의 죽음과 9명의 미수습자, 유가족들의 오열과 슬픔, 전 국민의 슬픔과 위로, 대통령의 탄핵사유 등 슬픔과 분노를 돈으로 계산할 수 없지만, 세월호 수습에 들어가는 비용은 55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여기에 희생자와 국민이 겪은 슬픔 등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을 합하면 1조원을 넘을 것이다. 5500억원은 보령 신흑항에서 태안군 고남면 영목항까지 잇는 돈(해저터널과 교량 도로연결 사업비 6075억원)과 맞먹는다. 
 
침몰원인에 대하여 난 ‘무리한 선박 증축에 따른 복원성 부족, 화물 고정 결박 불량, 하중을 줄이기 위한 균형수 부족, 무리한 운항 등에 따른 것’이라는 검경합동수사본부의 발표를 믿는다. 그때 돌아와 바로 세월호 이후 선박과 해운법에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부산해운항만청에 전화문의를 했다. 별로 달라진 법률이 없다고 했다. 최근 세월호가 인양되고 다시 문의를 했다. 여전히 크게 달라진 법률은 없다고 했다. 
 
안전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인권과 인격을 지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법률과 제도적 뒷받침, 일사불란한 구난 시스템, 관계자들의 소명의식, 국민의 안전의식 등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세월호 이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를 되뇌며 아픔과 위로를 3년간 지속해 왔다. 여기에 정치인들이 앞장섰다. 그런데 무엇이 달라졌는가? 아직도 일본과 홍콩에서 퇴역하는 배를 사다가 운항하는 배들이 여전하고 선박 운항에 관한 법률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 1위를 자랑할 일이 아니다. 폐선을 사다가 그것도 증축하여 운항하는 나라는 해운 후진국이다. 아직도 곳곳에서 안전사고 소식이다. 속히 모든 법률과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정치인들과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국민들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얼마 전에 절찬리에 상영된 ‘고산자 김정호’가 떠오른다. 온갖 수모를 겪으며 평생 지도에 몸 바친 이유는 잘못된 지도를 믿고 홍경래의 난 진압에 동원된 아버지가 참여한 군인들 모두가 길을 잃고 모두 죽은 데 대한 한이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딛고 그 원인을 해결하고자 평생을 노력했던 김정호의 정신을 되새겨 보자. “이젠 집에 가자. 집에 가자”는 미수습자 유가족 박은미 씨의 눈물 어린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세월호, 그 아픔을 극복하는 길은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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