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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4대가 함께 사는 즐거움

구미경 대전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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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24 19: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 이 아프리카 속담은 필자가 끊임없이 주변인들에게 당부하고 다니는 말 중에 하나다.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 데 힘이 든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 데 힘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말을 굳이 전파하고 다녀야 할 정도로 현대 사회는 가까이에서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가 부모 둘, 혹은 편부모 한명으로 한정되어 있다. 정말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편의상 결혼한 딸아이가 분가를 하지 않아 필자의 어머니까지 4대가 함께 살고 있는 우리집에서는, 재작년 여름에 태어난 손자가 이제 세 번째 가을을 맞이했다. 슬슬 말을 배울 시기라, 저녁에 현관에 들어서면 “함미! 함미! ”하면서 달려 나오는 것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어린이집에서 네시면 집에 오는 손자를 보러 바쁜 와중에도 굳이 시간을 내어 집에 십분이라도 들르는 것은 오후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걷고 뛰기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아이는 차를 타고 다니고, 산책을 할 적마다 모든 것이 신기하다. 자그마한 돌을 보고, 말라서 부스러진 나뭇가지를 보고 “우와! 우와!”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아이를 보면 과중한 업무와 책임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멀리멀리 날아간다. 이렇게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열정을 가지고 세상을 살면 걱정할 것이 무엇이 있겠냐는 생각도 든다.
 
필자의 어머니는 올해로 딱 80세가 되셨다. 꾸준한 관리로 아직도 정정하신 어머니는 증손주를 돌보느라 작년에 압박골절로 3개월 입원하시기도 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손주 돌보기를 무서워하지 않으신다. 아이가 안겨오는데 어쩌냐고 하시면서 안아주고 업어주고. 아침에 아이 손을 꼭 붙들고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증조할머니의 몫이다. 그뿐 아니라 어머니의 친구분들도 종종 놀러 오셔서 아이를 봐주시곤 하신다. 회의가 있어도 바쁘고 없어도 바쁘고. 의정활동을 하느라 필자가 원래 하던 사업에서 손을 거의 놓고 있는 바람에 더 바빠진, 함께 사업을 하던 딸아이로서는 너무나 다행한 일이다.
요새는 결혼을 하면 당연스레 분가를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출산 육아가 여성 경력단절의 원인이 되는 만큼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아빠가 일을 하고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사 육아 분담을 형평성 있게 잘 하는 가정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생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나 두돌 전의 아이를 양육할 때엔 부모 외,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가족은 다행스럽게도 여건이 되어 4대가 같이 살며 서로를 돕고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가정이 있다는 것도 안다. 자녀가 결혼해서 독립하길 바라면서도 이제 내 인생을 찾고 싶다며 손자는 절대 봐주기 싫다는 부모도 있고, 너무 부모에게 의지해 손주 봐주는 것을 당연스럽게 여기며 고마워하지도 않는 자녀도 있다. 혹은 너무 부담스러운 나머지,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나머지 아이를 서로 맡기거나 맡아주기 꺼려하는 가족도 있다.
 
가족이 힘이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모든 사람이 가정으로 돌아와 한자리에 모인다. 일과 중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음식도 나눠 먹는다. 대화 중에 위로하며 힘을 얻고 지혜를 찾는다. 바로 가족이 힘의 원동력인 것이다. 각자 고유의 가치관을 가지고 간섭 없이 살아가기, 같음은 나누고 즐기고 다름은 인정하고 존중하기 등을 지킨다면 얼마든지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아 우리 부모님이 정말 행복하게 살았구나, 즐겁게 성숙하게 인생을 보냈구나’하는 경험이나 기억이 아닐까 싶다.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보다 상대방을 조금 더 생각해주고 이해해주는 이타심과 배려하는 마음이다. 상대에게 무엇을 얻어내려는 마음보다는 하나라도 더 주려는 마음을 갖고,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충고 대신 격려를 우선하고, 자신에게 여유가 없다 하더라도 그 짐을 상대방에게까지 지우려 하지 않는 미덕을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가정에서의 양육이 기쁨이 되고, 아이들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구미경 대전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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