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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몰카, 악마의 눈

백미영 대전충남세종 산업체영양사회장·현 대전 동부서 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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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0.23 16: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백미영 대전충남세종 산업체영양사회장·현 대전 동부서 영양사

지난 8월 모 그룹 금융계열사 보험사 과장 A씨는 서울 여의도 인근의 한 식당 여자화장실에 초소형 몰래카메라(몰카)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6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회식이 열린 식당뿐 아니라 회사 워크숍·세미나가 진행되던 리조트 내 여자 화장실에도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촬영본에는 회사 여직원들은 물론 다른 손님들까지 찍혀 있었다.

불법 촬영은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라는 죄목으로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것을 이른다.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최소 10년 이상 자신의 신상정보 등록·공개될 수 있는 중대범죄이다. SNS나 인터넷 등에 유포하는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처벌 받는다. 그 수법이 더욱 은밀하고 교묘해지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은 높아져 간다. 스마트폰 등으로 직접 촬영하기는 물론, 안경형, 볼펜형, 심지어 자동차 차키, 화재경보기 등의 모양으로 육안으로는 절대 구별할 수 없는 카메라와 화재 경보기까지 등장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적발 건수는 2011년 1535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불과 5년 사이에 3배 넘게 급증했다. 올해도 7월 말까지 발생한 불법촬영범죄가 3200여건을 넘어서면서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전체 성범죄에서 불법촬영의 비율도 크게 늘어났으며, 피해자의 95%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불법 촬영 탐지기를 도입하고 취약지역에 대한 집중 순찰을 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실제로 경찰이 지난 7월부터 8월 20일까지 시행했던 집중단속기간에 불법촬영(촬영, 유포)으로 인해 입건된 피의자는 983명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7.8%나 증가한 수치였다. 적극적인 단속활동의 결과겠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결과이다. 이 때문에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의 매체 특성상 여러 곳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피해자는 모자와 마스크 없이는 외출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정서적 불안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한 사귀던 이성의 사적인 영상을 몰래 촬영해뒀다가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하는 방식의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사생활 촬영물)’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이 같은 불법촬영범죄에 대해 몰카 판매 규제부터 범죄 관련 예방에 이르는 범죄 개선 방안을 총 6단계로 구분해 22개의 과제로 정리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불법촬영 범죄의 근절을 위해서는 일회적인 처방보다는 거시적 정책과 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행인 일이다.

종합대책에는 ▲변형카메라 수입·판매업 등록제 도입 및 이력정보시스템 구축 ▲방송통신심의의원회 ‘FAST TRACK’ 마련 ▲전문탐지장비 추가 보급 및 몰카 점검 서비스 제공 ▲불법영상물 3대 공급망 단속강화 ▲상습적인 몰카 촬영유포 사범 구속수사 등이 포함됐다.

또한 경찰청에서는 이와 같은 국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 보호 3대 치안정책’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으며, 불법촬영단속은 젠더폭력 근절분야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3대 치안정책이란 젠더폭력(성폭력·가정폭력·여성 대상 보복폭력) 근절, 아동·노인학대 근절 및 실종 예방, 학교폭력 및 학교(가정) 밖 위기 청소년 보호를 말한다.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단속과 함께 입법과 정책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인식 개선이다. 몰래 촬영된 영상을 보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심각한 성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시민 스스로가 불법 촬영된 영상을 소비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나 나의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불법촬영범죄는 자신의 성적 욕망이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일 이런 피해를 당하거나 목격했을 때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112나 여성 긴급전화인 1366에 신고하거나, 경찰청 신고 어플리케이션인 ‘스마트 국민제보앱’ 을 이용하면 된다.

백미영 대전충남세종 산업체영양사회장·현 대전 동부서 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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