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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신나는 방과 후 학교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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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3.27 16: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방과 후 수업이 시작되었다. 우리 학교는 한 주에 하루만 빼고 나머지 요일들은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정규수업 활동 외에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과 전인교육과정을 학생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분야에 참여하여 특성을 길러나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교육기부를 활용하여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전문인 강사진으로도 구성하여 모든 강좌를 전액 무료로 제공하여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고,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전교직원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여 아이들과 학부모께 만족한 방과 후 학교 운영을 하여 전국 100대 우수 방과후학교로 선정되어 담당 선생님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학생 모두에게 저마다의 꿈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교육이 계속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 분야의 방과 후 수업 중 나는 한지그림 공예를 강의하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이들 수업에 참여하여 설레기도 하고 아이들이 잘 따라줄까를 걱정하면서 첫 수업을 시작했다. 늘 보던 얼굴이지만 일과 후 다시 상담 아닌 다른 수업을 맡으니 아이들도 어색한지 연신 질문이 많았다. 처음 대하는 작업이니 궁금하기도 할 것 같다. 여학생이면 더 좋아할 것 같고 꼼꼼하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좀 덤벙대고 손끝이 야물지는 못하지만 우리 아이들도 열정이 있을 거란 기대와 함께 수업을 시작했다.

내가 한지그림을 처음 배울 때 생각이 난다. 결혼하고 취미로 배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분주하게 살면서도 때로는 무료하고 때로는 나 자신이 무엇인가의 정체성에 회의를 느꼈던 한 여자로서 무엇인가에 열정과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너무 좋았다. 한지그림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때인데도 적성에 잘 맞는다며 내손으로 작업하여 소중한 나의 작품을 만들어 낼 때는 뿌듯함을 느꼈다.

틈틈이 배운 실력으로 동인회도 만들어 전시회도 하고 성취감도 맛보았다. 작품을 할 때는 색 한지를 찢거나 오려 붙이는데 인사동에 가서 한지를 구입도 하지만 작업할 때 마땅한 색한지가 없을 때는 하얀 문창호지를 사서 천연염색을 들여 사용하였다. 그때는 한지 한 장 한 장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모르겠다. 한지는 말라 있을 때는 질겨서 잘 찢어지지 않지만 젖어 있을 때는 손만 대도 찢겨져서 정성을 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배우고 익히는 것 또한 정성을 들이고 스승님 손놀림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어느 샌가 특기가 되어 한지그림공예 강사가 되고 자신의 작품에 사인도 하여 전시회도 하고 집에도 자신 있게 걸어 놓고 선물도 줄 수 있어 행복했다. 나도 예술가의 기질이 다분히 있는 것 같아서 설레기도 하였다. 지금, 내가 배울 때의 열정으로 지도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남학생들은 대체로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것을 선호한다. 비교적 성격이 좀 거칠고 차분하지 못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한지그림공예는 보통 섬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자아이들은 분명 손에 눌어붙어 떼어지지 않으면 선생님을 골백번도 더 부르며 해결해 달라고 아우성치며 난리겠다 싶더니만 딱 그랬다. 이파리하나도 잘 찢어 붙여야 하고 보리싹 하나를 만들어도 한지의 부드러운 촉감을 손가락으로 느껴 보는 작업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한지그림공예를 선택하여 배우겠다고 왔을 땐 그래도 뭔가 얻어가고픈 열정이 있었을 거란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의해서건 자발적이건.

아무튼 우리 아이들은 방과 후 수업을 통하여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하나하나 배움을 통하여 긴 안목으로 조금씩 변화되어갔으면 좋겠고 남학생들에게도 이런 한지그림 교육활동도 효율적이면 좋겠다. 다시 아이들을 위해 멋진 수업을 구상하고 계획하여 더 멋진 수업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는 고민을 해본다. 신나는 방과 후 학교를 위하여.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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