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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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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8.20 16: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혜숙수필가
이혜숙수필가

물이 고갈되었다. 먹을 물은 사다 먹을 수 있지만, 씻지도 못하고 빨래도 못해 땀에 찌든 옷가지가 세탁기 앞에 쌓여있다. 샤워는커녕 고양이 세수밖에 할 수 없다며 한숨이 길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산골의 현실이다.

연일 높은 온도를 경신하며 기상청이 생긴 이래 처음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어느 외국인 근로자는 담배 밭에서 일하다 죽음을 맞이했단다. 농사일을 하다가 연로한 어른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사람의 체온보다 높은 기온이 지속되다 보니 온열환자가 속출한다. 태풍이 생겼다고 하는데 한반도 위에 생긴 고기압 때문에 태풍마저 비껴간다며 우리나라가 무풍지대가 되었다고 한다.

지난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비 피해로 이 고장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더니, 올해는 모든 것을 말려 죽이려나보다. 지속되는 가뭄으로 모든 작물은 축 늘어져 죽어가고 있다. 해도 너무하다고 하늘에 대고 삿대질을 한다.

외국 어느 나라에 거대한 빙산이 마을 앞에 턱 버티고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전에도 빙산이 흔들리며 만든 파도가 마을을 덮쳤다고 한다. 점점 빙하가 녹아 바다 곳곳에 섬처럼 떠다니며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단다. 100미터가 넘는 빙산이 작은 해안 마을 앞에서 버티고 있어 마을 사람들이 불안에 떤다는 뉴스를 보았다.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 보니 저 큰 빙산이라도 가져 오고 싶다. 빙산을 가져오면 혹시 이 더위가 물러가지 않을까. 더위에 정신이 나갔는지 빙산을 내 집 앞에 갖다 놓고 싶다는 헛된 바람까지 갖는다.

오래전에 상영되었던 영화 타이타닉의 침몰도 빙하와의 충돌이라고 한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산이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지구 곳곳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운동을 한다. 빙하가 녹으면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하기도 하지만, 해수면이 높아져 침수될 나라도 생긴다고 하다. 

오늘은 올 들어 제일 더운 날이라고 한다. 오늘은 꼼짝하지 않고 집안에만 있어야겠다. 어제는 참깨를 베느라고 새벽같이 일어나 일을 했더니 종일 힘들었다. 일도 일이지만 더위는 온 몸은 땀으로 젖게 하더니 기운마저 뺐어갔다. 텃밭 농사일도 힘든데 농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농부들은 얼마나 힘들까.

지구가 화가 났다. 태평양에 바다에 새로운 섬이 생겼다고 한다. 쓰레기 섬이란다. 온갖 쓰레기가 섬을 이룬 것이다. 편리함만을 추구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 지구가 화가 난 것이다. 

거북이의 코에 빨대가 꽂혀있고, 죽은 생선 배를 갈라보니 플라스틱 용기가 나와 경악케 했다. 우리가 함부로 버린 쓰레기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생각은 왜 못할까.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비닐 제품을 줄이라는 캠페인을 벌인다. 카페에서 종이컵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한단다. 벌금이 최선일까. 그런데 국회의원이 회의 하는 장면을 TV에서 보는데 탁자 위에 종이컵이 있다. 국회의원은 종이컵을 사용해도 되고 소비자는 안 된다는 말인가. 솔선수범은 위정자들부터 해야 하지 않나. 비닐 제품을 만드는 데는 2초가 걸리지만 분해되는 데는 200년이나 걸린다다는 글을 그들의 회의 장소에 붙여 놔야 할 것 같다. 

독서삼매경을 하면 더위를 견딜 수 있을까. 외국어공부를 하기로 했다. 냉방기를 켜지 않고 인터넷 강의에 집중하다보니 더위에 무감각할 수 있었다. 사상 최악이라는 더위도 어딘가에 몰입하다 보니 잊게 되었다.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보다 어딘가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한 방법이다.

선풍기도 없던 시절에는 부채도 귀한 냉방기였다. 그때도 더위는 대단했던 것 같다. 더울 때는 지하수를 몸에 뿌리고 부채 가지고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으면 참을만했다. 그렇다고 그 시절처럼 살자는 말이 아니다. 이미 편리함에 길들여지기도 했지만, 상전벽해가 된 지금의 세상에서는 절대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더위가 오래 지속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구를 조금이나마 위로를 하고 싶었다. 두껍지도 않는 여름옷을 손빨래를 하기로 했다. 빨랫감이 적어도 세탁기를 돌리던 나를 반성하며 조금은 힘들고 귀찮지만 미래를 위한 일이니 만큼 노력은 하려고 한다. 작은 실천이 모이면 지구의 화도 다스릴 수 있으리라.

앞으로는 점점 더 이상기온이 될 거라고 한다.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진단다. 규제한다고 해서 실천하는 게 아니라 지구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에 앞장서야겠다. 커피숍 갈 때도 이제부터는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일회용 사용을 줄이는 것으로 화난 지구를 달래야겠다.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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