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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과 전통 ‘한복’이 창피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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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4.17 19:20
  • 기자명 By. 뉴스관리자 기자
얼마 전 한복을 입고 전 세계의 주요 도시를 여행한 한복 소녀가 화제였다. 모 대학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이던 박새롬(22)양은 여름 방학을 이용해 한복을 입고 전 세계 각국을 누비며 한국을 알리기에 나섰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한복소녀는 철저한 준비를 했었다.

우리나라 이름난 명소를 직접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 400장도 홍보용으로 준비했다. 또 우리의 전통 음식을 알리기 위해 불고기와 전 같은 요리법을 배우기도 했고 단소로 아리랑을 부는 연습도 하는 등 단단한 준비를 했다. 이런 준비를 마춘 한복 소녀는 세계 10대 주요 도시를 여행하는 동안 외국인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찾아간 세계 각곳에서 모두 120장의 기념 사진도 찍었다. 물론 사진을 찍어준 고마운 외국인에게는 준비해 간 한국의 고궁 등에서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선물로 주면서 뜻 깊은 시간도 가졌다. 또 자신을 향해 일본어나 중국어로 말을 거는 외국인에게는 당찬 말투로 “방가 방가”를 외쳤다.

또 자신이 익힌 한국 요리 솜씨를 우리나라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에게 준비했던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가진 것이 우리나라의 것 밖에 보여 줄 수 없는 한복 소녀는 생각 외로 한국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고 자랑을 털어 놓았다. 한복 소녀는 세계의 관광지에 찾을 때마다 먼저 다가가 그들과 사진을 같이 찍기도 했다.

한복 소녀는 세계 주요 도시를 여행하는 동안 “나로 인해 한국을 조금이나마 세계에 알리는데 성공을 거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복소녀의 여행기는 오래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울의 한 특급호텔 부페 레스토랑에 한복을 입고 들어 가려던 손님이 호텔 직원으로 부터 “한복은 위험한 옷이다”, “한복은 부피감이 있어 다른 손님들을 훼방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세계 주요 도시를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와 전통 한복을 알리려던 한복 소녀의 꿈과는 다르게 입장이 거부돼 파문이 됐다. 이런 일은 한복뿐 아니라 최근 한글을 내쫓은 우리의 ‘특급 대학’과 한복을 내쫓은 우리의 ‘특급 호텔’이 비슷한 현상으로 보통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대학은 왜 영어로 학문을 해야 특급이 되나? 한복과 트레이닝복을 입으면 왜 호텔에서 밥을 먹을 수 없는 걸까? 한복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옷인가? 우리말로 학문을 하거나 한복을 입고 부페를 찾으면 창피한 걸까? 우리나라 ‘특급’병은 한결같이 서양 문화를 쫓는 격이다.

서양의 발달된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이야 백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서양 사람의 말과 서양 사람이 입는 옷 따위를 특급의 최대 가치로 여기는 못난 짓은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전통을 존중한다는 특급 호텔이 한복을 입은 손님을 식당에 못 들어가게 했다니 대체 어느 나라 호텔인지 분통이 터질 뿐이다.

정상급인 특급 호텔에서 어처구니없는 고객 서비스가 일반에 알려지자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이었어도 내쳤겠느냐”, “치렁치렁한 양장은 괜찮으냐”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처럼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자 호텔 사장은 호텔에 한복을 입고 찾았다 입장이 거절당한 손님을 찾아가 직접 사과했고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도 배포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이 호텔에서 열린 모 재벌 회장의 69세 생일잔치 때 부인이 한복을 입고 호텔에 왔던 일. 2008년 9월 문제의 특급 호텔에서 일본식 여관의 여주인(료칸 오카미)들이 기모노를 입고 호텔에서 단체 문화행사를 가졌던 일 등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그러자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은 한복 차림으로 등원 눈길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특급 호텔에서 일어난 상황이 의심스럽다”며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할 특급 호텔이 전통문화를 홀대한 사실을 비판했다.

정 장관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해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특급 호텔은 이름도 찬란한 우리 문화를 꽃피웠던 신라에서 땃다. 더구나 경내에는 한옥으로 지어진 영빈관을 둘 만큼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있는 호텔이다. 그래서 우리 전통문화를 생각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던져 줬다.

이런 구조를 지닌 호텔이 한복을 홀대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은 비록 서양 옷에 밀려 결혼식장 등 특수한 장소에서나 볼 수 있는 한복이 그래도 우리 민족의 정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한옥과 한식이 어울려 전통문화의 중요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정부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한복 입은 사람에게 고궁 무료입장의 혜택을 주는 것도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식사하기에 불편한 옷이 한복뿐인가. 결혼식장에서 많은 사람이 한복 차림으로 뷔페 음식을 먹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 것을 소홀히 여긴 데 대한 반성이 절실하다. 특급 호텔은 단순한 접객업소가 아니라 우리 문화를 알리는 최일선 창구라는 점을 깨달아 주어진 사회적 책무를 다해주길 바란다.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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