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을 한지 30분이 지났지만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다. 그 때 연락이 왔다. 대리업체였다. “기사들 콜이 없네요, 더 기다려 보실래요, 취소해드려요.”
10분 정도 더 기다린 김씨는 업체에 전화를 했다. “5000원 더 드린다고 하세요.”
그렇게 전화를 끊자 마자 벨이 울렸다. 대리기사였다.
최근 태평동에서 친구와 술자리를 갖고 귀가하려던 박모(31)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박씨는 이전에 같은 경험을 했던 터다. 그래서 10분 정도 기다린후 취소하고 바로 K콜을 불렀다.
이 콜은 주행거리만큼 요금을 내고 앱에서 결제해 간편하면서 바로 바로 응답이 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4일 관련업계·대리기사 등에 따르면 대전지역 대리비는 시 전지역이 1만원이다.
하지만 수요가 몰리는 금요일 등에는 이 가격으로 귀가하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게 대리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대리기사 A씨는 “충북 청주도 대리비가 1만 2000원인데 대전이 1만원이다. 이는 대리운전업계가 최근 확장 추세인 K콜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손님으로부터 대리비 1만원을 받으면 업체서 가져가는 수수료가 2500원이다. 여기에다 일 보험료 4500원과 GPS사용료 1000원을 내면 사실상 콜 한 건에 3000원 정도가 나간다는 것.
하루에 10건 정도 운행을 하면 평균 7만원 정도 손에 쥔다는 얘기다.
업체마다 상황이 좀 다를 수는 있지만 만약에 배차를 받고 취소할 경우 패널티 1000원을 내야 한다. 손님과 통화를 한 후 취소하면 2500원이다.
이런 경우까지 계산하면 7만원도 못가져갈 수 있다고 대리기사들은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사들이 가상계좌에 입금해놓으면 업체가 수수료를 떼어가는 방식이다.
나아가 손님들의 민원이라도 받으면 업체에서 배차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리기사로서는 울며겨자먹기로 업체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대전지역 대리업계는 사실상 연합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업체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결국 핸들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대리기사는 “경기가 어렵다 보니 투잡 등 대리기사를 하려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면서 “업체의 요구가 다소 부당하다 느끼더라도 항의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