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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 기준은 언론자유 보장 뿐아니라 공직자의 무한 책임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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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5.23 19:57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남포간척지, 갯벌 이상의 가치를 갖도록 운용해야

‘설리번(sulivan) 기준’이라는 게 있다. 1964년 미국 대법원이 언론과 시민의 공무원에 대한 비판을 완전하게 보장한 판결을 말한다. 인권운동가들이 <뉴욕타임스>에 낸 광고에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몽고메리시 경찰국장인 설리반이 뉴욕타임스를 기소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그 후 설리번 기준은 세금을 가지고 공적인 일을 공적으로 수행하는 공공기관과 공무원에 대한 언론의 비판에 악의가 없다면 그 책임을 면제받는 판례가 됐다.

갯벌은 흔한 자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과 남해안 바닷가에 육지와 연접해 있어 흔한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적으로 갯벌을 가진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 갯벌은 영국, 네델란드, 독일, 덴마크의 북해연안이나 북미 대서양 연안 등에 일부 발달해 있다. 네델란드, 독일, 덴마크에 연해 있는 와덴해 갯벌은 전체 규모가 약 9000 ㎢에 이른다. 우리나라 남북한 갯벌면적은 그 합이 약 6000㎢에 달해 규모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우선시되는 갯벌의 가치는 경관으로서의 가치, 수질개선 장소로서의 가치, 수산자원의 보고 등이 꼽히고 있다.

남포 간척지는 갯벌 이상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 충남 보령시와 서천군 사이의 바다를 막아 농지로 만든 남포 간척지는 담수호로 부사호를 안고 있다. 애초 간척사업의 목적이 농지확보였으니 농지확보를 통한 가치는 갯벌활용 가치보다 더욱 높아야 한다. 그런 높은 가치는 또 영원히 지속돼야 한다. 그래야만 후대사람들에게 할 말이 생긴다. 갯벌은 우리가 잠시 빌려 활용할 수 있지만, 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위대한 자연유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를 막아 갯벌을 없애버린지 한 세대도 가기 전에 갯벌의 활용가치를 능가하기는커녕 염분농도의 상승으로 당해 농사도 제대로 짓지못할, 버림받은 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가치의 전도이며 상실이다.

충남도의 직무유기이다. 부사호의 염분상승 사태, 다시말해 갯벌 사장 사태는 공유수면매립에 대한 준공을 하지 못한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시행자(보령시)는 있으나 소유권자는 없는 무주공산의 상태가 무려 23년째 계속되고 있다. 보령시와 서천군의 소유권 주장으로 경계 획정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관리주체가 없고 관리자가 없으니, 부사호의 수질을 개선할 주체도 없고 책임질 공공기관도 없는 것이다. 공유수면 매립 준공권자는 충남도이다. 당연히 준공 행위를 하고 그런 과정에서 경계를 정확히 획정해 소유권을 명확히 해야 하는 권한과 책임이 충남도에 있다. 하지만 충남도는 두 기초자치단체의 합의만을 기다리며 한없이 팔짱만 끼고 있다. 중재는커녕 합의 종용조차 하지 않고 있으니 비판받아 마땅하다.

부사호의 염분상승 사태를 보면서, 역간척사업을 벌여 남포간척지를 갯벌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더 많은 논의와 가치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많은 시간 부사호에 대한 관리주체를 선정하지 못하고, 아니 하지 않고 있는 충남도를 보면 가치논쟁을 벌여서라도 남포간척지를 바다로 환원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충남도의 이런 답답함과 무책임은 ‘설리번 기준’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비난받아야 한다. “‘현실적 악의’를 증명하지 않는 한 비방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은 언론자유를 완전하게 보장한 것이지만, 공공기관이나 공직자의 무한책임을 강조한 뜻도 있다는 것을 기억에 둘 일이다.

/손규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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