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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과 마음으로 아기를 거부한 어머니들

2500명중 1명이 임신 10개월동안 임신사실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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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7.10 21:07
  • 기자명 By. 뉴스관리자 기자

지난 2006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프랑스 여성이 자신이 낳은 신생아 2명을 냉동고에 보관해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심지어 이 여성은 법정에서 “내가 죽였어요, 하지만 아이는 아니에요. 내 뱃속에서 나온 무언가를, 내 신체의 일부이던 무언가를 제가 죽였어요”라고 말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찰 조사결과 그녀는 1999년 프랑스에 머물때도 영아 1명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녀는 왜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을까? 그리고 왜 자신의 아이임을 부정했을까?

이를 밝히기위해, 많은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산과전문의 등 전문가들이 나와 2006년부터 15차례 공판을 펼쳤으며, 조사과정에서 정신질환을 인정받아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9년 가석방됐다.

그녀의 정신질환은 바로 ‘임신거부증’이었다.

임신거부증은 상상임신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임신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신거부증 산모가 출산을 아이를 낳는 과정으로 여기지 않고 신체의 일부분을 내보내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즉, 출산을 해도 아기에 대한 모성애를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 아이라고 느끼거나,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엄마가 인정하지 않는 아이는 배 앞쪽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위쪽으로 높게 성장하며 심지어 척추에 들러붙기도 한다. 거부당한 아기는 자신의 존재가 잊히도록 숨어버리는 것이다.

임신거부증협회는 2005년 유럽내 조사결과를 실시해, 완전 임신거부증 환자가 연 350여명이라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또한 2500명당 1명 정도가 출산하기 전까지 임신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 임신거부증 환자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매년 임신거부증 산모가 영아를 살해하는 사건은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08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지 4시간도 채 안된 자신의 아이를 비닐봉지에 담아 아파트 근처 숲속에 버린 사건이 있었으며, 2009년 부산의 한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20대 여성이 임신사실도 모른채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뒤 죽이려고 한 사건도 있었다. 이들 모두 임신거부증 환자이다.

프랑스 최고법원 정신감정 전문가인 미쉘 뒤벡교수는, 1992년 영아살해모와 임신거부증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임신거부증 산모가 자라온 가정은 대화를 잘하지 않는 집안인 경우가 많고, 어느 가정과 다를바없이 대화를 나누더라도 각자의 관계와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즉, 수다를 떨거나 일상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시끄러울때도 있지만 그 속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는 것이다. 특히 어머니로부터 말과 열린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장애를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병원 산부인과 니장교수는 남편이 임신여부를 물었을때 부인이 이를 부정하고 남편이 그 대답을 받아들이면 거부증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는 주위사람들의 질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임신거부증 환자는 아기를 가졌다고 하면 배우자가 헤어지자고 하거나 낳기를 싫어할 것으로 예상하거나, ‘임신했다’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이 보였던 부정적인 반응을 끔찍한 기억으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예비엄마는 임신을 하면 자신의 뱃속에 있는 태아를 상상하고, 환상을 품게 된다. 하지만 임신거부증 환자는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생긴거지’ 라고 생각하며 임신 상태를 억압한다.

임신거부증은 단계에 따라 변화된다. 첫단계는 임신을 알리지 않는 것이다. 위 내용과 같이 임신에 대한 불안감, 부정적인 상상을 계속 하다보면 자연스레 임신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알리게 않게 된다. 다음단계로 임신을 숨기는 것이다. 영아살해모들은 임신을 어떻게 숨겨야 할지 걱정한다.

주변사람들이나 배우자가 임신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음식을 먹지 않는다던가, 음식양을 급격히 줄인다. 정신적인 압박은 신체에 변화를 줘 태아 역시 남들에게 감지되지 않도록 숨어버린다. 실제로 미국에서 한 여성이 임신 10개월 내내 수영장을 다녔는데, 수영장 관계자들은 아무도 그녀의 임신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이런 정신적 압박은 어느 날 문득 임신에 대해 생각했다가도 다음날에 잊어버리는 현상을 만든다. 그 중 심리상담가 도움으로 출산전에 임신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으나, 그렇지 못하고 임신을 아예 잊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엄마의 손에 유기, 살해당하게 된다.

아직 임신거부증에 대한 확실한 원인이 없기 때문에 치료법도 없다. '나는 임신하지 않았다'의 저자 가엘 게르날레크 레비는 임신거부증이라는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촉구하면서 사법적이기보다는 정신 상담등 의학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신과 전문의들은 임신거부증도 일종의 정신병이라며, 자신의 아내또는 딸에게 조금의 변화라도 생기면 같이 병원에 동행하는 등 지속적인 대화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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