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공주] 정영순 기자 = 공주의 근대 항일독립운동은 갑오개혁(1894)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선비·농민·상인·교사·학생 등 12만 인구 중 약 10% 정도가 독립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공주가 사실상 국내 항일운동의 선구적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명성황후 시해사건(1895)후 일어난 을미의병, 을사조약(1905) 뒤 을사의병, 고종의 강제 퇴위(1907)와 군대 해산에 반발한 정미의병, 경술국치(1910년) 후의 의병 등 보다 훨씬 앞선 항일의 기치여서 주목을 끈다.
이일주 공주대 명예교수는 지난 8일 공주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유관순열사와 공주 항일독립운동’ 학술대회에서 반일·반외세를 외쳤던 동학농민혁명(공주 우금치전투 1894년)이 근거라며 이같은 견해를 내놨다.
그는 또 “오강표 열사의 순절을 통해 볼 수 있듯, 선비들이 목숨 바쳐 항일독립의지를 표명하는 등 지식인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공주시민들의 독립의식을 크게 고취시켰다”고 강조했다.
매달 ‘공주의 인물’을 선정, 독립유공자 등의 업적과 유지를 후세에 잇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김정섭 공주시장의 ‘현창’ 노력도 높이 평가했다.
문경호 공주대 교수는 역사적 위인을 지역의 표상인물로 기리는 문제 때문에 최근 여러 지자체간 ‘우선권’ 주장 논란이 일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공주의 유관순 기림행사도 세밀한 접근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신채호의 경우 대전에 생가가 있지만 8살 때 청원으로 이사해 청원에서 더 크게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정도전의 출생지를 놓고도 봉화·영주·단양이 논쟁을 벌인 적 있다”며 “공주와 천안이 유관순 학술행사나 기념사업을 공동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영명학교에서 공주여중으로 이어지는 길을 유관순 추모의 길로 지정하는 방안과 함께 사료 연구를 통해 더 좋은 코스를 발굴할 것도 제안했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충청남도의 여성 독립운동가 20명에 비해 공주 출신 서훈자가 3명(김현경·노예달·이은숙)이나 되는 것은 많은 편에 들지만, 국내 전체로 보면 적은 숫자”라며 “지속적인 발굴 노력을 기울여 아직도 유공을 인정받지 못하는 분들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술토론회를 마친 김정섭 공주시장은 “공주는 백제 뿐 아니라 항일독립운동의 민족사적 부문에서도 다른 곳에 비교할 수 없이 폭넓은 지도자들과 주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며 “시는 앞으로 이를 제대로 조명하고 기림으로써 지역적 자주독립정신과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올해 ‘공주독립운동사’를 출간하는 과정에서 발굴한 독립지사의 유공자 추가 서훈에 대해서도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