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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동네서점 활로 없나? 스마트폰·아이패드 등 IT기기 증가 속 종이책 멀어져

특성화·전문화로 살 길 찾는 지역모델 서점 분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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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7.31 19: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743곳.

6년 새 폐업으로 사라진 전국 서점 숫자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서련)가 작성한 ‘2010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3년 3589곳이던 전국 책방은 2009년 현재 2846곳이 남아 있다. 대전은 240곳에서 188곳으로 줄었고, 충남북 지역은 각각 20여 곳의 서점이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서점업계의 불황은 ‘책 구경은 서점에서, 구매는 온라인 서점에서’라는 사람들의 인식과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각종 IT기기들의 대중화로 인한 전자책 수요 증가 등 그 원인은 다양하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의 구심점’ 노릇을 하던 동네서점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련에 따르면 50평 미만 소형 서점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계속 줄어 2242곳이 남아 있다. 881곳이 문을 닫았다. 소규모 영세 점포가 대부분인 동네 서점들은 갈수록 대형화되는 서점과 온라인 서점 사이에 낀 채 ‘이도 저도 아닌’ 신세로 전락했다. 중고등학교 주변에서 참고서와 문구, 잡화 등 판매로 겨우 연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차별화와 전문화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모델서점’들의 분투가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모델서점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07년 4월 발표한 ‘출판지식산업 육성방안-출판.인쇄문화산업 진흥계획’ 10대 정책과제의 일부로 '서점을 지역사회의 거점 문화공간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델서점에 지정되면 문화공간 개선비 2500만원~2750만원, 연간 문화행사비 200~500만원이 지원된다. 현재 모델서점은 2008년에 선정된 서울 ‘도원문고’와 울산 ‘도담도담 책놀이터’, 2009년 지정된 부산 ‘다대서점’, 대전 ‘대견서점(옛 ‘신나라서점’)’, 충주 ‘책이있는 글터’로 모두 5곳이다.

대전 동구 삼성동에 위치한 대견서점은 향토시인 장종안 씨를 초청해 ‘독자와의 대화’를 열기도 하고, 독서토론, 시낭송회, 공부법 강의, 유치원 대상 동화구연 행사를 자체 기획.개최했다.

대형 서점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행사들이 작은 책방에서 열리면서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덩달아 매출도 20~30% 증가했다.

대견서점 이한결 대표는 “주변에 중고등학교가 많으니 그 특성에 맞춰 공부.학습하는 분위기로 서점을 특성화했다. 전문가 선생님을 초빙해 논술준비, 자기주도적 학습코칭 등 여러 문화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매장 등으로 운영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동네서점이 가진 특성을 살린다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고등학생 손님들에게 단순히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엄마처럼, 형처럼 고민도 들어주고 학교생활도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비치된 도서의 절대 숫자는 작지만 학생 참고서를 비롯해 베스트셀러, 소설,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책들을 구비해 놓고 있어 일반 성인이 이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30년 가까이 서점인으로 살면서 (서점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면서 “내 세대는 이제 끝나 가지만 대를 이어 이 지역에서 대표적인 동네서점으로 뿌리내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몇몇 모델서점들의 선전이 고사 직전에 있는 전체 동네서점에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매출실적에 부심하고 있는 일선 업주들에게 체계적인 ‘고객관리시스템(CRM)’이나 문화행사 개최 등은 먼 나라 얘기일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점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지출되면서 정해진 ‘지원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자연히 업주 부담으로 남는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재정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서점은 이제 정녕 희미한, 아주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되어버린 것만 같아 새삼 가슴이 아리다’

소설가 김남일의 산문집 ‘책’의 일부다.

역사의 뒤안길로 시나브로 잊혀져가는 동네서점들을 ‘희미한 옛사랑’으로 치부해 버리기에 그 아늑함이 품고 있는 지역.교육.문화적 효용 가치는 너무 크다.

/문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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