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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2만명 시대

70%가 여성 새터민...단순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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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8.03 19:11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정부차원 시혜적 복지 아닌 지역거버넌스 구축 필요

‘겉은 멀쩡한데 일을 하기 싫어한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가장 흔한 편견이다.

남한 출신 인구1200명을 대상으로 한 2010통일의식조사(서울대 평화통일연구소) 결과 58%가 북한이탈주민에게 ‘호의적이지 않다’고 답했고, ‘호의적’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3%였다. 또 북한이탈주민을 사업파트너로서보다(찬성38% 반대28%) 직장동료로(찬성50% 반대16%) 만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의 인식이 더디게 변하는 것과 달리 1998년 통일부 입국현황에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이후 1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 사회는 새터민 2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매년 평균1500명이 입국한 셈이다. 우리지역에도 1757명(대전439명, 충남719명, 충북599명)의 새터민이 둥지를 틀었다.

이에 정부는 2009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개정하고 정착지원제도를 전면 개선했다. 지난해에는 지역차원의 정착지원서비스를 확충하고,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확대 및 창업 지원을 통한 경제생활안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발간된 ‘북한인권시민연합’ 브리핑보고서에 따르면 이탈주민들은 취직을 하는 것보다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남한 출신 직장동료들의 편견과 비우호적인 분위기, 자신의 희망.기술과 맞지 않는 일자리에 대한 실망감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주목할 점은 전체 새터민의 70%에 달하는 1만4000여명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탈북여성인권연대(이하 여성연대)에서 펴낸 ‘탈북여성의 삶과 생애’에 따르면 북한에서 이들의 최종 직업은 무직.부양이 36%, 노동자26%로 가장 많다.

직업경력이 있더라도 단순 노동이 대부분으로 결국 여성 새터민들은 저학력에 낮은 직무능력, 장기간 경력단절까지 있어 국내 노동시장 진입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식당 종업원이나 아파트 청소 등에 몰리는 이유다.

2004년 2월 입국해 8년째 대전에 살고 있는 이기분(50.여)씨는 “중국에 있던 애들을 데려오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 간병인부터 시작해 막노동판 미장일, 식당 설거지도 했다”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이 씨는 “정착 초에는 버스를 탈 줄도 몰랐고, 어디서 타고 내려야 하는지 몰라 정류장 표지판에 나만 아는 표시를 해놓기도 했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 요즘도 건설현장에 나가지만 자식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나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더러 ‘대한민국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잘 못하겠다”며 알듯 모를 듯한 말을 꺼냈다. 그녀가 느끼기에 “꽤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새터민)를 ‘다른 이주민처럼 돈만 벌고 가는 사람’이란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 여기에 ‘하늘과 땅’처럼 느껴지는 언어.문화적 차이는 쉽게 극복되거나 메워지지 않아 “낯설고 두려운 마음으로 움츠러들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네 살 아이의 엄마 이 모(36.여)씨는 아이가 자주 아파 걱정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일하지 않는 여성 새터민이 많다는 물음에 “일을 하게 되면 당장 소득이 잡히고 기초수급자격이 박탈된다”며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사회적응도 못했는데 집안일에 아이까지 키우려면 (일하지 않고) 수급자혜택을 보는 게 낫다”고 하소연했다.

여성연대 조사에 따르면 여성 북한이탈주민의 평균근로소득액은 110만원(근로시간 1주 36~53시간 기준)을 약간 웃돈다. 이런 탓에 ‘몸이 아프다고 진단서를 끊어 수급자격을 유지’하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에 새터민 여성이 취업을 했더라도 임금 등 고용상황이 열악할 것이 예상되므로 보육시설에 아이를 위탁할시 보육지원은 유지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 새터민의 60%(8000여명)가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인 20~30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자활과 경제적 자립에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견해다.

한편 북한정세 급변과 맞물려 대규모 탈북난민이라는 미래변수가 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과제해결보다 지역중심의 자립.자활지원정책이 이탈주민의 지역조기정착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충북지역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자활 촉진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방안’(최승호, 충북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사회통합을 위한 정부차원의 비용은 사회지출 부담과 엄청난 국가채무를 양산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으니 지역적응센터.고용지원센터.지자체공무원.지역기업.사회복지관 등이 연계하는 지역거버넌스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수요와 특성에 맞는 새터민 전용 직업교육과 그 속에 사회심리적 적응프로그램을 동시 진행해 생계유지와 의사소통, 대인관계망이 형성되도록 지역적응정책을 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지속된 분단으로 남북간 경제.문화.사회적 차이가 현저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심리적 경계선이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방인이 아닌 우리 이웃으로서 새터민들이 어떻게 정착하고, 어떤 모습으로 어우러져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돌아 볼 때다. 소통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통합과 ‘오래된 미래’ 통일을 준비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문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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