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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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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2.23 13:2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한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한 코로나로 인해 노심초사하며 보내고 있다. 백신만 접종하면 어느 정도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대다수는 정해진 날짜에 맞춰 접종을 마쳤다. 그러나 잠시 느슨한 방역 완화를 틈타 델타 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확진자수가 기록적으로 늘고 있다. 이제는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우리 주위에 팽배하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본 이들은 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다. 특히 요식업과 유흥업은 인원과 시간제한 등 정부의 방역지침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행업의 경우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문화 예술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일단 무대에 설 자리가 줄었으며, 그나마 있는 공연도 무관중으로 열려 출연자들을 기운 빠지게 만들었다. 관객들의 박수가 없는 그들만의 연주는 텅 빈 객석만큼이나 공허했을 것이다.

이달 초 우리문화원 주관으로 보라매공원에서 ‘보라매 생활문화축제’를 열었다. 대전문화재단에서 2021 예술동호회 활동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생활문화동호회 교류프로그램으로 ‘함께해유, 예술동호회’란 주제로 다양한 공연과 전시, 그리고 체험 프로그램을 이틀간에 걸쳐 진행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와 다시 늘어가는 확진자수를 보며 조마조마한 심정인지라 제대로 홍보조차 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생활문화 축제에 참가한 20여개의 예술동호회 멤버들이 너무 좋아했다. 관객도 별로 없고 사례비도 민망할 정도였으나 무대에 선다는 자부심이 아주 대단했다. 그들 스스로 공연 전후 관객이 되어 박수와 환호로 분위기를 맞춰주는가 하면 차례가 되어 무대에 오르면 전문 연주자들 못지않게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공연을 펼쳤다. 팀당 제한시간이 있었기에 앵콜 연주는 하지 못했지만 구경꾼 입장에서는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즐거웠다.

생활축제에 초대받은 팀들은 우리문화원에서 공모로 선정했다. 지난해 생활동호회 현황을 파악해 둔 자료를 바탕으로 사전 안내한 탓인지 생각보다 많은 동호회들이 응모했다. 하여 분야가 겹치지 않으면서도 다수가 참여하는 동호회 중심으로 선정했다. 하모니카, 경기민요, 오카리나, 통기타, 진도북춤, 난타, 아코디언, 청소년 국악관현악, 탱고, 색소폰, 풍물, 부채춤, 가야금병창, 오케스트라, 시낭송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체험행사로는 캘리그라피와 민화그리기, 공예와 전통매듭이, 전시로는 사진작품과 시 동화책 등으로 나름 구색을 갖췄다. 행사 참가자들은 초등학생부터 98세 어르신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함께한 작지만 의미 있는 축제였다.

보라매 생활문화 축제를 진행하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든 생각은 각 지자체가 주최하는 축제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다. 일단 수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고 많은 공무원들이 동원되는 지자체의 축제, ‘이대로 좋은가’이다. 물론 나름 잘 나가는 연예인들을 불러와야 관객들이 몰려들고, 추정 관람인 수로 축제의 성패 여부를 따지기에 한편 이해는 간다. 하지만 요즘 흔히 말하는 가성비, 즉 가격대비 성능(효과) 측면에서 볼 때도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까? 축제 전문가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도 대체로 부정적 평가였다.

다른 나라의 이름난 축제도 유명가수 중심의 메인 프로그램을 볼 수 없다. 오히려 지역의 전통과 특색을 살린 축제들이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그런 자원이 없다면 아주 색다른 형태의 축제도 시도해 볼 법도 하다. 그마저도 찾지 못한다면 차라리 하지 말아야 한다. 행사를 위한 소모성 축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차라리 대안으로 권역별 작은 축제를 만들어 민간 주도로 생활문화동호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훨씬 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지자체의 축제 예산이면 권역별 계절별 다양한 생활문화 축제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제는 관 주도가 아닌 전문가나 문화예술단체 등 민간에게 위탁해야 한다.

현 정부의 문화정책은 ‘팔길이 원칙’이다. 문화 산업 육성 정책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언급되는 이 원칙의 골자는 기관이나 공무원이 공공지원 정책 분야 등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원은 하되,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음을 일컫는다. 그럼에도 현실은 과도한 개입으로 자율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소액의 지원금이라도 받으면 과도한 제출서류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화예술을 살리는 길은 결코 멀고 험하지 않다.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지원해주고 간섭하지 않으면 된다. 문화는 삶을 담는 그릇이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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