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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파문속 이 특수학교가 빛나는 이유

대전 혜광학교 직업교육 현장 ‘학교기업’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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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11.02 18:09
  • 기자명 By. 김송희 기자

 

 

“여기 커피 좀 주세요” 교사가 학생에게 지시했다. “카페라떼로 두 잔이요. 맛있게 만들어 주세요.”

그냥 평범한 믹스 커피도 아니다. 시각은 분명 수업시간. 하지만 교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학생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킨다. 동료 교사가 바로 옆에 있지만, 학생에게 커피를 달라는 교사를 제지하기는커녕 웃으며 이 광경을 지켜본다.

이곳은 대전의 혜광학교이다. 그리고 지금 이 학생과 교사들이 있는 곳은 학교 안에 마련된 ‘뜰’이라는 이름의 작은 카페이다. 혜광학교는 자폐나 정신지체 등을 가진 아이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이다. 그리고 지금 학생에게 커피를 달라는 교사는 ‘전공과정’으로 바리스타 과정을 익히고 있는 학생에게 주문받는 법, 커피 만드는 법, 서빙하는 법 등을 가르치는 중이다. 자칫 장애학생 노동력 착취이자 인권침해로 보였을 수도 있는 이 풍경은 사실 알고보면 살아있는 현장공부였던 셈이었다.

 

장애학생은사업주 편견으로 현장실습 기회도 어려워

 

지난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는‘학교기업’사업을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장애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보다 장애학생들의 직업교육이나 훈련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된 실습 한번 받아보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 안에 직접 기업을 만들어 실습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 학교 기업을 선정된 학교는 전국에서 모두 5곳. 혜광학교도 이 중 한 곳으로 뽑혔다. 이후 혜광학교는 교과부에서 18억원, 대전광역시 교육청으로부터 6억원을 지원받아 해오름관이라는 별도의 직업훈련관을 지었다. 그리고 2011년 현재 1층에는‘뜰’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마련했고, 2~3층에는 운동화 빨래방, 천연비누 공방, 농자재 조립 및 청소서비스 용역훈련 등의 직업훈련장을 열었다.

특히 카페나 운동화빨래방, 천연비누 공방 등은 단순히 학생들이 훈련만 하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찾아와 커피를 마시고, 세탁물을 맡기는 영업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페의 경우 스타벅스, 운동화빨래방은 클린케이라는 외부 기업과 협력해 운영되며, 양질의 재료와 서비스 등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인근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상윤 혜광학교 학교기업부장은 “몇해전 학교 주변으로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면서 주민들은 주변에 장애학교가 있다는 것 자체를 싫어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이전을 요청하는 듯 반감이 심했다”며 “하지만 학교기업을 통해 카페 등이 생기면서 주민들은 자연스레 학교를 찾게되고, 아이들과 웃으며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신지체를 가진 혜광학교 아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만나 인사하고 얘기하는 일,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는 일 자체가 연습이 필요한 활동인데, 학교기업을 통해 자연스레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살아있는 자활·직업교육

 

뿐만 아니라 직업훈련이 활성화되면서 학생들의 취업률도 높아졌다. 학교기업을 하기 전인 재작년에는 졸업생 90명 중 1~2명만이 겨우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올해에는 이미 7명이 현장으로 나가있는 상황이다. 카페와 운동화빨래방, 비누, 집게 조립 쪽의 매출도 꾸준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적으나마 장학금 형태로 일한 대가를 돌려받기도 한다.

박 교사는 “학교기업을 하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며 “하드웨어가 잘 갖춰진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지역사회와도 밀착할 수 있는 환경이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 학교기업 20곳 운영중…지역사회 관심 필요

 

2011년 현재 혜광학교와 같은 학교기업은 전국에 20곳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대구의 ‘성산’ 학교기업은 대구 지역에 위치한 5개 특수학교가 협력해 만들었다. 훈련 대상도 정신지체 뿐 아니라 시각·청각·지체·정서장애 학생 등 모두를 포괄한다.

사업직종도 학교별로 포장조립에서 비누 생산, 제과·제빵, 도예, 원예, 자동차 정비 및 세차, 안마 등으로 다양하게 마련됐다.

아울러, 특수학교가 없는 곳에서는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가 지정·운영되며 장애학생들의 직업교육을 돕고 있다. 이들 거점학교는 자신들의 학교 학생 뿐 아니라 인근 학교의 장애학생들까지 포괄해 현장 실습 위주의 직업교육을 제공한다.

정민호 교과부 특수교육과 연구관은 “장애학생들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낮아 사실상 고등학교에서의 진로지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학교기업 등 장애학생에 대한 여러 정책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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