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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장애인과 근로, 그리고 직장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제작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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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1.05 13: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 제작소 대표

손에 화상을 입어 왼쪽 손가락이 3개뿐인 지체장애인이 모 홍보대행사에 입사지원서를 내 최종 합격하였다. 이 장애인은 신나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고, 이 회사 대표와 대면하게 되었다. 대표는 합격자의 손가락 상태를 확인하더니 “왼손 장애로 인해 회사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여러 여건상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것은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라며 더는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했다. 이것은 실제 발생한 일이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거나 해고하려면 장애인이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만 위의 회사는 그렇지 못했다. 단지 고객 중심인 서비스업 특성상 왼손에 장애가 있어 부적합하다는 이유를 댔다. 이에 출근을 못 하게 된 장애인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는 회사의 결정이 단순히 고객의 선호나 신체적 능력에 대한 차별적 고정관념일 뿐 특정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피해자는 복직을 희망하지 않았으므로 고용주에게 손해배상을 권고했다.

이러한 사례도 있었다. 중증 청각장애를 앓는 이공계열 대학 졸업예정자가 희망하는 회사의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확인했다. 이 회사는 응시자의 지원 자격 중 영어 능력 점수 기준이 청각장애인이 도달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이어서 원서조차 내지 못했다. 이 피해자 역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같은 사실의 부당함에 대해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는 예정 직무 내용을 고려할 때 영어 의사소통 능력 시험 점수를 요구하는 것이 중증 청각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피진정인(고용주)이 모집한 채용 예정 직무 내용을 고려할 때 영어를 사용하는 의사소통 능력이 직무 수행에 본질적으로 필요한 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0조 고용상 차별 규정 위반으로 판단하고 신입사원 채용 자격 중 영어 능력 점수 기준을 정함에 있어 중증 청각장애인 응시자에게는 그 장애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기준을 적용할 것을 권고하였다.

뇌 병변 2급 장애인이 (재)○○문화연구원 주관의 국어 능력 인정시험에 응시하였는데 2교시 쓰기 시험의 경우 문제의 절반 정도를 100자에서 300자까지 쓰도록 하였다. 뇌병변장애인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해당 연구원은 시험 시간을 연장해 주는 등의 어떠한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 이렇듯 장애인의 상황을 고려해주지 않으면 쓰기에 곤란을 겪어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자격을 갖지 못하게 되고 취업에도 불리한 것은 당연했다. 피해자는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가 조사해보니 뇌병변장애인에게 시간 연장 등의 편의를 제공해주기 위해서는 16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이 정도의 금액이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에 의해 정당한 사유 없는 차별이라고 본 것이다. 또한, 헌법 제11조 평등권과 제15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직업 선택을 하는데 차별을 당하는 사례는 넘쳐난다. 장애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면 무리 없이 취업할 수 있고, 나아가 직무를 수행하는데도 지장이 없을 것인데 고용주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만 시정되어도 장애인의 고용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장애인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보수도 낮은 직종의 일만 적당히 주면 된다는 의식이 여전하다. 장애인도 일하고 싶다. 그 문제만 해결해주어도 장애인의 행복 지수는 올라갈 수 있다. 사회적 평등은 이러한 의식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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