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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안녕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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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1.19 17: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안녕(安寧)” - 평안하냐는 인사말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평안함을 바라는 마음으로 인사말을 해왔다. 안녕은 평안이고 평온이며 편안이고, 평강과 평화이다. 서양은 아침, 낮, 저녁, 밤의 인사말이 다르지만 우리는 “안녕”이라는 인사말이면 모두 해결이 된다.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한 지인의 손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지인과 간식을 먹는데 옆에 있기에 간식을 주며 먹으라고 하니 “할아버지도 안녕히 먹으세요”한다. 귀엽기도 하고 처음 듣는 말이기에 웃고 말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틀린 말이 아니듯 싶다. 편안하게 먹으라는 말이다. 이 ‘평안함’의 대표격인 ‘안녕’이라는 인사말이 단순하게 ‘안녕’으로만 사용하면 헤어짐을 뜻하기도 한다(아마도 대중가요의 가사 때문인 듯 싶다)

기독교의 신약성서는 27책으로 되어있다. 그중 반 정도 13책이 바울이라는 사도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바울서신”이라 불리는 이 성경들은 그 공통점이 있다. 서두에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시작한다. 한글 성경에서 ‘평강, 평안, 평화, 화평, 화해, 화목, 화친, 안전’등으로 폭넓게 번역된 eirena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평화의 여신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의 안부는 서로 간의 마음을 통하게 한다. 어렸을 때 편지글 쓰기를 배우면서 그 형식(받는 사람, 첫인사, 받는 사람 안부 묻기, 보내는 사람 안부 전하기, 하고 싶은 말, 날짜, 끝인사, 보내는 사람)을 외운 적이 있었다. 펀지는 첫인사에 평안을 물으며 끝인사에 평안을 바라는 말을 쓰도록 배웠었다.

평안하지 않은 삶에 억만금이나, 권력의 최고점은 별 의미가 없다. 강녕전(康寧殿)은 경복궁 안에 있는 왕의 침실이 있는 곳을 일컫는다. 왕이 편안하게 잠자기를 바라는 곳이다. 시실 잠을 설치면 이튿날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하기 싫다. condition에 문제가 생긴다. 아마도 그래서 강녕전인가 보다.

그런데 ironical하게도 평안을 바라는 인류의 소망과는 다르게 고대로부터 전쟁과 질병, 기아와 공포는 끊임없이 이어왔고, 그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우리 삶 속에 파고들어 앉아 있게 됐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1950년의 한국전쟁의 상흔을 잊으며 경제개발이라는 노력으로 삶이 안정되는가 했는데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covid19로 다시금 공포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이라는 국가 정책이 대두됐다. 70년 가까이 휴전의 상태를 지속해 오면서 때로는 북의 도발로 긴장을, 때로는 남북 대화로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어떻게 보면 위태위태한 휴전의 기간이 지속되어 왔었다. 부디 그 어떤 정치적이나 다른 속셈 없는 순수한 종전이 되어 남북의 평화가 유지되고 종국에는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해가 바뀌었다. 음력으로 치면 설날인 2월 1일부터 임인(壬寅)년 이지만, 어쨌든 올해는 호랑이해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그해의 지간(支干)에 의미를 부여한다. 올해는 임(壬)이 흑(黑)에 해당하여 검은 호랑이해라고 한다. 호랑이는 강하고 날렵하며 예로부터 민화에는 산신과 함께 등장한다. 조선 시대 무인(武人) 관복 흉배에는 호랑이 문양이 들어가 있다. 또한, 호랑이는 왕실의 권위로 대표되기도 했다. 그런 호랑이이기에 우리에게 평안을 가져다주길 바래본다. 자꾸만 변화·진화해가는 covid19를 물리쳐 하루 속히 우리의 일상이 회복되길 염원해 본다.

올해는 정말 우리들 삶에 평안이 깃들어 2년여 잃어버렸던 세월을 되찾아 밝고 아름다운 삶이 되길 바래본다. 정말 안녕한 삶이 되어 만나는 이들마다 “안녕하셔요?”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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