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목요세평] 건축의 지혜

이종구 수필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2.02.16 14: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공사 중인 아파트가 무너져 많은 사람을 걱정하게 하고, 특히 공사장의 작업자들이 죽음의 길로 떠나 유가족들을 슬프게 했다. 건축공사장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망 소식은 필연 인재로 귀착되어 ‘중대재해처벌법(2022년 1월 27일 시행)’까지, 제정됐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11일 광주에서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에 이어 1월 13일에도 구미와 부산에서 역시 건축공사장에서 거푸집 등 이 무너지는 사고가 이어졌다. 올해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건축 중인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는 자주 있었다.

구약성경 창세기 11장에는 노아 홍수 이후 사람들이 홍수를 피하고자 높은 건물을 짓는 ‘바벨’ 이야기가 나온다. 후에 인류의 언어를 다양하게 하는 하나님의 역사로 공사는 중지됐다. ‘바벨’ 이야기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그 건축물들이 웅장하고 안전하게 지어졌다는 것이다.

건축 공법이 발달하고, 재료가 좋아지며 건축 장비가 발달한 현대에 공사 중이거나 공사 완공된 건물들이 무너진다는 현실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경주의 첨성대와 같이 1000년도 더 된 건축물이 지금도 우뚝 서서 그 위용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현대 건축 방법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닌가? 머리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성경 잠언 30장 26절에는 “약하지만 바위 사이에 집을 짓는 사반(너구리)의 지혜를 배우라”고 권면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건축가들이 귀담아야 할 말이라고 생각해 본다. 현대 건축의 지혜는 무엇일까? 아파트 건축 붕괴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건축 방법의 무시와 불량자재 사용이다. 시멘트 양생 기간을 어기고, 적정량의 재료 배합 비율을 어기고 불량자재를 사용하여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지혜일까? 따지고 보면 정당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 뭔가 꼼수를 부린 썩은 지혜가 아닐까?

어렸을 때, 선친께서 마당에 우물을 파시고 우물가를 시멘트로 공사를 하셨다. 그 공사하기 전, 마당에 이웃집 아저씨가 몇 마차 분량의 모래를 부어 놓았다. 선친은 아침 출근하시기 전 물지개로 서너 번 물을 길어다가 모래더미 위를 움푹하게 파고 물을 부어 넣기를 삼사일 하셨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래 속의 진흙 성분을 빼내기 위한 일이었다. 필자가 성년이 되어 쓸모없는 우물 바닥을 파내게 됐는데 hammer로 쳐도 잘 깨지지 않았다. 원칙을 지켜 공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요즘도 가끔 바닷모래를 염분 세척도 하진 않고 사용하여 이상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곤 한다.

가끔 등장하는 뉴스 중에 불량 식품 제조에 관한 것이 있다. 인터넷에는 그 뉴스 아래에 “먹는 것을 갖고 장난치는 사람들은 엄하게 벌해야 한다”라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필자는 ‘의(衣)·식(食)·주(住)’라는 말을 떠올리며 먹는 것뿐만 아니라 입는 것과 집까지도 장난질(?)하는 사람들을 엄하게 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1년 6월 미국 플로리다에서도 아파트가 붕괴하여 많은 사상자를 낸 뉴스에 이어 7월 중국의 호텔이 붕괴한 뉴스를 보며 저럴 수가 있을까? 라고 의아해했었다. 후에 두 곳 모두 건축 과정에 하자가 발생했고, 불량자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들은 입만 열면 공정, 청렴, 정의, 투명, 반부패 등 말을 꺼내지만 지나고 보면 모두 꿈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보도가 종종 나온다. 그 정책은 집값에 관련된 것이었다. 안전하게 건축하도록 한 정책도 실종된 것은 아닌지. 그래서 신축 중인 아파트가 붕괴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사고가 나면 항상 “앞으로는 안전하게…”라고 말한다. 말로만 그치지 말고 정말 안전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추위 속에 실종된 작업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구조대와 관계관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