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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스님의 마음이야기] 스승은 어디에?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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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4.04 16: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는 스승은 누구일까요? 부모나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우리들의 삶을 살아가는 첫 번째 스승이 된 후로 많은 사람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추구하는 것은 이것저것 많이 있지만, 그중에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가 삶의 질이나 가치관 그리고 인격에 커다란 영향을 줍니다.

그럼, 어떤 스승이 좋은 스승일까요?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사람이 좋은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가장 좋은 스승이라고 대답을 할 겁니다. 물론 좋은 가르침을 주면 좋은 스승입니다. 그럼 좋은 스승에게 배운 모든 사람은 다 똑같이 좋은 삶을 사나요? 아닙니다. 나쁜 스승에게 배운 사람들보다는 괜찮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스승과 제자가 마음이 통하면 가르쳐 주는 것의 대부분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스승을 향해 열린 마음의 각도만큼 또는 그보다 좁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좋은 스승은 좋은 제자를 만나야 빛을 발하고 조금 부족한 스승이라도 좋은 제자를 만나면 그 가치가 높아집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류의 스승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들의 진실한 마음을 이해한 사람이 적었기에 그들의 가르침처럼 세상이 아름답게 되지를 않은 것입니다. 약사가 약을 잘 지어줘도 정성껏 잘 먹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아마 이해를 못 한 것이 아니라 이해는 하는데 가슴으로 느껴지지를 않아서 행동으로 옮길 마음이 나지 않았던지 이해의 수준이 욕망의 수위보다 낮기 때문일 겁니다. 뭔가를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서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바로 실천적 삶의 지혜입니다. 실천이 없는 이해는 지식일 뿐이지 지혜는 아닙니다.

그런데 간혹 주변을 보면 스승이 없더라도 지혜롭게 잘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혜롭게 사는 법을 스스로 익혔기 때문 아닐까요? 사람들은 지혜와 지식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어서 지식이 많은 그것이 지혜롭다고 표현을 합니다. 그렇지만 지혜는 지식이 변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아는 지식이나 삶의 경험에서 얻어진 것을 재치 있게 삶에 반영할 줄 아는 것입니다. 사전을 달달 외우고 교과서를 꿰뚫어도 자신의 앎이 삶에 재치 있게 반영이 되지 않으면 단지 지식으로 남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지혜가 제도적 배움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말도 성립이 됩니다.

‘자연은 우리들의 스승이다’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겁니다. 역사 속의 위대했던 분들도 좋은 스승이었지만 그들은 죽음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우리에게 말로만 남겨진 스승이지만 자연은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에게 자신들의 진실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보여 줍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처럼 가진 것을 아낌없이 줍니다. 부모님의 사랑도 자연스러운 것이니 자연과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상의 위대한 스승들의 내면세계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들의 가르침도 거의 자연의 이치 안에서 살아 숨을 쉽니다.

주변을 잘 둘러보면 자연뿐 아니라 자신이 만나는 모두가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만남에서 느껴지고 알게 되는 것에 대해서 자신의 발전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사람은 시시각각 스승들과 함께하지만 그렇지 않고 쟁취해야 할 대상으로 세상을 보고 경쟁의 대상으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다니는 장소가 전쟁터가 되고 항상 긴장하는 마음으로 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행복에서 멀어집니다.

스승을 만나서
마음을 열고 배우면
성숙과 행복이
자연스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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