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洞人時代(동인시대)-처연한 설화 속 무지개 담장 친 동네, 부사의 희망

부사칠석놀이로 화합하는 마을-대전 교육·문화체육의 ‘중심’슬퍼서 더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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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11.20 18:52
  • 기자명 By. 문승현 기자

특집

 

 

슬퍼서 더 아름답고 애달파 더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설화가 그렇다. 내친김에 하나 소개한다.

때는 백제시대. 윗말에는 총명하고 예쁜 부용(芙容)이라는 처녀가 살았고, 아랫말에는 사득(沙得)이란 이름의 건장한 총각이 살았다. 이들은 윗말과 아랫말 사이 황새샘으로 물을 길러 다니다가 서로 사랑하게 되고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신라가 백제를 침략하자 사득은 전쟁터에 나갔고 안타까이 전사하고 만다.

부용은 사득의 죽음을 믿지 않고 매일같이 치성을 드리며 무사귀환을 기원한다. 그날도 부용은 사득을 그리워하며 선바위에 올랐고, 윗말로 오는 길목을 말없이 지켜보다 아침이슬에 미끄러져 실족사한다.

이런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품은 곳은 대전 중구 부사동이다. 물론 아직 얘기는 끝나지 않았다. 여기서 끝이었다면 ‘부사동’이란 지명 자체가 생겨나지도 못했을 터.

부용과 사득이 죽고 몇 년 후, 마을 사람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황새샘까지 물이 말라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던 중 부용과 사득이 마을 노인들의 꿈에 나타나 칠석날 자기들의 영혼결혼을 시켜주면 물을 주겠다고 했단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부용과 사득의 모습을 짚으로 만들어 혼례와 함께 합궁을 시켜줬고 그러자 말랐던 샘에 물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 뒤 윗말과 아랫말은 이 샘을 각각 부용이샘, 사득이샘으로 부르다 서로 사이가 좋아지면서 그 첫 글자를 따 ‘부사샘’이라고 불렀다 전해진다. 오늘날 부사동의 기원이다.

이 설화는 단지 옛날 얘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부사칠석놀이’로 계승·발전되고 있다. 매년 음력 칠월칠석날에는 주민들 500여명이 모여 놀이를 재현하며 음식을 나누고 축제를 즐긴다. 부사동민간 화합과 협동정신의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부사동 송영희 동장은 “부사칠석놀이는 일제시대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한때 중단되기도 했지만 광복후 다시 계승됐다”며 ‘지난 1992년 대전직할시 중구 민속놀이로 선정된 후 1994년 제35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최우수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며 자랑에 입이 말랐다.

희망의 무지개 프로젝트로 예쁜 동네 만들기

보문산 동편 자락에 위치한 부사동은 면적 1.14㎢에 78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전형적인 주거중심 지역이다.

보문산을 경계로 남쪽에는 대사동과 호동이 경계를 이루고, 북쪽으로 문창동과 접하고 있다. 한밭종합운동장 주변으로 각종 운동경기와 문화행사가 벌어지는 한편 초중고 7개 학교가 소재한 교육의 동네기도 하다.

한가지 더.

부사동은 낡은 도시기반 시설에 고지대 노후주택이 밀집돼 있어 사회변화에 따라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는 근원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아파트가 거의 없고,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 ‘못 사는 동네’로 인식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8년 대전시에서 추진하는 ‘무지개프로젝트’에 부사동이 지정되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어수선한 학교 진입로 등을 예쁘게 단장하고, 뒷골목 포장, 지붕개량 및 쉼터정자 조성, 벽화그리기 등을 통해 동네가 훤해진 것.

송영희 동장은 “다소 어둡고 칙칙했던 동네 분위기가 무지개 프로젝트로 확 달라졌다. 주민들 얼굴부터 밝아지고 동네에 생기가 돌게 됐다”고 말했다.

동네의 흥을 돋우는 것은 또 있다.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무용, 오카리나, 스포츠댄스 등 8개의 자치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특히 2개반 5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한글교실'은 문맹의 아픔을 갖고 평생을 살아온 노인들이 글자를 배워가며 한을 풀고 있다. ‘글 눈을 뜨니 다시 사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부끄러워 글 모른다는 소리도 못했는데 이제 한글을 배우니 너무 자랑스럽다’까막눈이던 노인학생들의 감격에 겨운 수강후기다.

여성동장요? 그냥 동장이라고 불러주세요

아차.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후회가 밀려왔다.

‘여성동장으로서 힘든게 있다면?’이라는 질문 자체가 얼마나 바보같고 우스꽝스러운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 질문 많이 받아요. 굳이 힘든 걸 찾는다면 술자리죠. 그것 말고는 없어요”

“동네 살림도 집안 살림과 다를 게 없어요. 쓸고, 닦고, 고치고, 살피고, 들어주고… 구석구석 다니며 세심하게 살피는 게 제가 할 일이죠”

굳이 ‘여성동장’이 아닌 ‘부사동장’ 송영희의 다부진 말투가 믿음직했다.

/문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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