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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사람

김일수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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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4.28 16:53
  • 기자명 By. 한은혜 기자
▲ 김일수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장.
우리 속담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는 말이 있다. 권세가 대단해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우리말에는 유독 떨어진다는 말이 많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시험에 떨어지다. 오만 정이 떨어지다. 양식이 떨어지다. 물이 떨어지다 등 다양한 상황에 쓰인다.

작업자의 떨어짐은 위험하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떨어짐은 사망으로 직결된다. 70~80년대 TV드라마에서는 가장이 사업에 실패하고,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떨어져 사망하며 가족들이 오열하는 장면이 많다. 그런데 이런 추락 사망사고가 건설업 사망재해의 50% 이상을 아직도 차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건설현장 지붕 공사와 달비계에서 추락해 사망한 노동자가 15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붕위 채광창 등을 밟았다가 떨어지는 사고가 59명(52.6%)에 달했고 지붕 끝 부분에서 밖으로 떨어진 사고도 18명(16.0%)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건설업 내 달비계 사고사망자는 38명으로 나타났는데 사망자 22명(57.9%)은 작업 줄이 풀리거나 끊어져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비계 사망사고는 주로 외벽 도장 및 보수작업에서 작업로프 풀림이나 끊어짐으로 인해 발생한다. 달비계 작업 시 작업 로프와 구명줄을 별개의 고정점에 단단히 묶고, 로프와 안전대 결속점에 풀림방지 조치를 하며, 로프와 벽·난간이 접촉하는 곳에 마모방지 보호대를 설치해야 한다.

2020년 세종시 한솔동 소재 아파트 도장 공사 현장에서 재해자가 외벽 페인트 작업을 위해 달비계에 탑승하는 순간 달비계 지지용 로프가 풀리면서 달비계 및 지지용 로프와 함께 약 73m 하부 지상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달비계 위 작업 시 안전대 걸이용 로프를 설치 후 안전대를 걸고 작업했다면 사망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에도 세종시 금남면 소재 병영식당 지붕방수공사 현장에서 재해자가 경사지붕 끝부분에서 방수시트 부착 및 이형필름 제거작업을 하던 중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지붕공사시 사망사고는 주로 지붕 위에서 넘어져 밖으로 떨어지거나 강도가 약한 부분을 밟고 밑으로 떨어져 발생한다. 지붕 위 작업 시에는 지붕 가장자리에 안전난간을 설치하고 안전난간을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추락방호망이나 안전대 부착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 슬레이트 위에는 폭 30cm 이상의 발판을 설치해야 하며 채광창에는 견고한 구조의 덮개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 속담과 격언에는 때를 놓쳐 후회하지 말고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말도 아주 많다. 사후약방문, 만시지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등 그만큼 우리가 때를 놓쳐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사업주나 경영자는 사업장이나 현장내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 다 떨어짐에 취약한 이웃들이다. 작업자나 사업주나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 가족, 내 동료, 내 이웃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지킬 것은 지킨다는 마음으로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하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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