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공공 제도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1년에 지방의회가 해산되며 지방자치가 중단되었다.
이후 1991년에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실시되며 1995년에 수장의 직접선거가 이루어지는 등 지방자치가 부활하였다. 동시에 지방분권이 서서히 진행되며 주민의 행정 참여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주민이 행정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절차는 설문조사, 시정 모니터, 공청회, 주민 설명회, 퍼블릭 코멘트 심의회, 위원회 등이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전자매체에 의한 참가도 가능해 지는 등 주민참여의 지평도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민참여 절차는 행정이 필요한 경우 임의로 조사를 실시하고, 위원회 등을 설치하거나 실행함으로 이루어진다. 또 수장의 발의에 따라 자문기관 등으로 설치되어 수행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주민 참여의 제도화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도 주민이 행정과 공공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면 보다 주권자로써 ‘책임’과 ‘권한’이 두루 실현되는 건강한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참여와 자치다. 우리의 삶을 타인의 손에 맞기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여 설계해 나가겠다는 게 민주주의의 정수다. 참여와 자치가 없는 공동체는 독재와 다를 바 없는 상태로 쉽게 전락한다.
그 속에서 우리에게 강요되어 지는 것은 노예의 미덕이다. 견제되지 않는 권력은 폭력에 가까워지고 참여 없는 민주주의는 전체주의로 치닫는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가 증명해 주었다.
민주주의의 실현은 자신이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다. 다른 말로 자치의 실현이다. 자치를 위한 조건은 참여다.
정부 정책결정에 어느 정도 참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의 질적 수준이 달라진다. 또 참여를 통해 어느 수준까지 자치를 결정할 수 있는 지도 관건이다.참여와 자치의 관점에서 시민이 행정에 관여 정도를 미국의 사회학자 언스테인 (Arnstein, RS)은 ‘시민참여의 사다리’(A Ladder of Citizen Participation 1969)로 정리하고 있다.
사다리는 표에 따르면 시민참여의 정도는 ①에서 ⑧까지의 8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계단은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이다. 두 번째는 형식적인 위원회를 설치해 시민을 길들이는 단계다. 세 번째 단계는 행정 정보 공개, 네 번째 단계는 시민의 상담 접수, 다섯 번째 단계는 행정 참여이다.
그러나 권한은 주지 않는 요식행위에 그치는 참여다. 첫 번째에서 다섯 번째 까지는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참여 상태이다. 실질적으로 불참이라 해도 무방하다.
여섯 번째 단계는 행정과 시민의 권한을 공유는 양자협력 관계다. 일곱 번째 단계는 시민에게 권한을 위임은 권한이양, 최고 단계인 여덟 번째 단계는 시민이 자치권을 갖는 시민통제에 이른다. 결론적으로언스테인은 시민참여에 대해 “시민에 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권력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우리나라는 현재 어느 계단까지 올라온 것일까? 제한된 범위이지만 권한이양을 실현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 이러한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시민과 행정의 ‘협동적 협력’을 실행하고 있다. 반면, 아직도 형식적인 정보공개 수준의 지자체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수장의 대처 자세와 시민의식 차이에 기인한 바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시민참여의 계단을 높이기 위해 필히 선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바로 지방 분권의 실현이다. 여전히 행정 권한의 대부분은 지방보다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지자체에서 아무리 시민협력을 통해 단계를 높이려 해도 한계는 분명하다. 왜냐하면, 지방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