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황천규 기자 = 한창 꽃 피울 나이인 11살, 대전 ‘와인’이가 돌연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6~28일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 얘기다.
11년동안 정체성 등으로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생명력을 유지해 온 와인이가 이장우 시장이 취임하면서 생사 기로에 놓인 것이다.
아니 그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10여년 와인이를 지켜본 관련업계나 시민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그동안 든 정을 떼는 것도 문제지만 입히고 먹여온 비용도 허공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생사여탈권을 쥔 이 시장은 사실상 마지막인 올해 행사장에 발도 들여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왕 없애기로 마음먹은 것, 쳐다볼 필요가 없다’는 심사로 읽힌다.
아무리 맘에 안드는 자식이라도 한 번은 들여다보고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전과 연관없는 축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된다는 게 이 시장의 의중인 것 같다. 아니 온통 0시축제 생각뿐이니 와인이가 파고들 여지가 없어 보인다.
‘대전 연관성 부재’ 등에 있어 팩트 체크가 아쉬운 대목이다.
1969년 국내 포도로 만들어진 최초의 와인이 바로 대전에서 출시됐다.
㈜한국산토리가 생산한 ‘선리포트와인’이다. 1968년 대전 서구에 공장을 짓고 다음해 7월부터 산내포도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축제의 성패는 스토리를 어떻게 입히느냐에 달렸다.
또한 국제와인기구가 승인한 세계 3대 와인 품평회 중 하나인 ‘아시아와인트로피’의 경우 대전이 내년부터 개최권을 포기할 경우 부산, 인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 소비패턴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국세청 ‘최근 5년간 주류품목별 반출량 및 수입량’ 자료에 따르면 소주, 맥주, 탁주 소비량은 10%대 감소한 반면 와인의 경우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면서 유일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수입량은 2017년 대비 두배나 뛰었다.
이를 반영하듯 마트나 편의점에서 와인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와인이 대세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와인이의 돌연사는 ‘뼈아쁜 실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와인이의 돌연사 조짐을 전문가 등과 함께 곰곰이 들여다봐아 한다. 숨진 와인이를 다시 되살리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