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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트렌드를 알면 정서가 보인다"

한보라 배재대 아트앤웹툰학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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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2.12 13:4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보라 배재대 아트앤웹툰학부 외래교수
▲ 한보라 배재대 아트앤웹툰학부 외래교수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트렌드를 알면 00가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00에 들어가는 수식어에 따라 그 표현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트렌드를 알면 돈이 보인다’ ‘트렌드를 알면 광고가 보인다’ 기타 등등, 어느 분야·세대를 상징적으로 대변할 때 주로 사용한다. 그만큼 어느 분야든 그 분야에서 트렌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시각예술 분야와 같이 눈에 의존해 물리적 교감을 하는 분야에서는 더욱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연구에 의하면 시각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지각기관으로 보통 우리가 획득하는 정보의 80%가 그 시각을 통해 얻어진다고 한다.

그런 기본적인 지각기관에 의존하는 시각예술 분야에서 트렌드를 모른다는 것은 눈뜬 장님과도 같을 것이다. 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정을 하나 해보자. 정체성도 방향성도 느낄 수 없는 무의미한 그림을 한번 생각해 보겠다. 누군가 그런 그림을 그려 세상에 내놨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우리는 그런 그림을 어떻게 생각할지? 기술적 완성도와는 관계없이 그림은 감성적 표현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소통을 못 하는 그림은 대중과의 교감 역시 어려워 외면받을 것이 뻔하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은 화가는 없을 것이다. 최소한 누군가는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기만을 바라며 열정과 신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화가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외면을 받는다면 어떨까? 화가이기 전에 한 개인으로서 가슴 아픈 사연이 아닐 수가 없다. 비단 회화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그 분야의 트렌드다. 자신이 한 노고가 헛되지 않고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조건인 것이다.

트렌드는 그 분야·세대에서 뭘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그를 통해 우리는 작품 하나를 놓고도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것이다. 트렌드는 그렇듯, 한 분야·세대를 대변하는 상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트렌드를 모르고서는 그 분야를 말할 수 없을뿐더러 소통의 주체가 되는 대중과의 교감 역시 불가능하다. 우리가 트렌드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트렌드를 알아야 되는 이유는 알지만, 정작 그 트렌드에 대해서는 너무 어렵고 난해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로 하여금 트렌드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은 뭘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너무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분야마다 다 다른 것은 둘째치고, 한 분야에서도 성별·세대별로 다 다르게 표출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변화무쌍하다는 데에 있다. 트렌드는 멈춰져 있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찾는다. 잡았나 싶으면 또 다른 트렌드가 매번 우리보다 앞서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웬만한 사람은 따라잡기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따라다니는 것이 아닌, 선도를 해법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대안은 항상 장밋빛에 있는 것이 아닌, 부정적인 곳에 있는 법이다.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것보다 먼저 앞서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이미 서두의 문구에 나와 있었다. 트렌드를 알면 00가 보인다.’ 다시 말해 00가 보이면 트렌드 역시 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그 여백에 들어갈 00가 무엇일지는 분야와 세대별로 다를 수 있기에 각자 채워야 할 것이다.

필자는 서양화를 전공한 시각예술인이기에 회화를 통해 그 여백을 채워볼까 한다. 현재 회화의 트렌드는 양감의 밝은 색채에 직관적이다. 양감은 접촉성이 강해 감성을 자극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그래서 양감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누군가와의 소통을 바라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소외되어 있음을 피력한 셈이다. 또한 밝은 색채는 정화적인 의미로 치유와 안정을 꾀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그래서 밝은 색채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불안과 여유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직관적이라는 것은 현대인의 복잡한 속내를 그대로 표현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단순화한 사고로 복잡한 머릿속을 케어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그것을 다시 조합해 보면 현재 회화의 트렌드를 통해, 소외되고 여유가 없는 복잡한 대중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비워졌던 여백도 자연스럽게 채워진 것을 알 수 있다. 현대 회화의 트렌드를 알면 그 시대 대중의 정서가 보인다. 답은 정서였다. 이젠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트렌드는 그렇듯 단숨에 하늘에 뚝 떨어진 것이 아닌 우리와 오랜 시간 기인해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시대적 정서의 대변이었던 것이다. 정서는 그 개인의 일생 기록으로, 50살의 개인은 50년 동안 누적된 기록이고, 6살의 개인은 6년 동안 누적된 그만큼의 기록이다. 그리고 정서는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보편적 공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대·분야에 따라 표출 환경은 다를 수 있으나, 시대에 대입해 보면 공통된 공감으로 나온다. 그동안 우리가 어렵고 멀게만 여겨졌던 트렌드가 바로 그 정서 속에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믿는다. 우리가 다른 세상에서 살다 오지 않은 이상 동시대를 함께 살고 숨 쉬었다면 지금 우리가 느끼는 그 정서가 바로 트렌드라고. 그러니 확신을 가지고 자신이 가진 현재의 정서를 자기 분야에서 가감 없이 그대로 표출해 내기만 하면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필자의 정서였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필자가 아닌 여러분들의 정서로 00에 대한 여백을 채워 보시길 바란다. 그 순간 당신은 트렌드와 숨 쉬며 선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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