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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 할많하않, 붕세권이 뭐예요?

정체불명 신조어 남용에 세대 간 언어 장벽...배척보다 건전한 사용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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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3.06 16:25
  • 기자명 By. 고지은 기자
▲ Pixabay 이미지

[충청신문=대전] 고지은 기자 = # 50대 A씨는 최근 텔레비전을 보다가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연애 프로그램 출연진들의 대화는 물론 자막까지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티키타카', '플러팅' 등 한국어인지 외국어인지 모를 용어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통에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 붕세권이 도대체 뭐야? 20대 B씨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다가 생소한 단어들을 마주했다. '붕세권', '오저치고', '아샷추' 등 알아듣기 힘든 단어들이 맛집 소개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댓글들을 보니 다들 아는 분위기인데 자신만 모르는 거 같아 왠지 기분이 상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각종 줄임말과 신조어, 밈들이 범람하고 있다. 의미를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는 용어가 있는 반면, 같은 세대 간에도 소통이 불가할 정도로 변형된 단어도 부지기수다. 이들은 온라인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파고들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방영된 한 주말연속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주 시청자인 중·장년층, 노년층이 이해할 수 없는 대사들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남주인공이 "오늘 너무 예쁘다"라고 말하자 상대 여배우가 "어쩔티비"라고 답했다. 이어진 장면에서는 여주인공이 이별을 고하려는 남주인공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마지막 인사는 하지마.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라고 읊조리는 모습이 방영됐다. 이 밖에도 이날 방송에는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킹받는다' 등 수많은 신조어가 나왔다.

자신을 30대라고 밝힌 한 시청자는 "SNS 등 커뮤니티를 즐겨하는 나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전 연령대가 시청하는 TV 드라마에서 신조어가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조어 남용은 직장 내 세대 간 소통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모 기업의 부장 김모씨(52)는 "신입사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대화에 참여하려고 노력했지만 젊은 세대들이 주고받는 말을 알아듣기 힘들어 점차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다"며 "이후 함께하는 자리를 피하게 됐고 지금은 소통의 벽까지 생긴 느낌"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언어 차이로 인한 소통 부재 및 갈등이 빚어지면서 다수의 IT 기업들은 '리버스 멘토링(신입·평사원이 선배·고위 경영진에게 최신 동향이나 문화 등을 가르치는 것)'을 도입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을 주도하는 젊은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소통함으로써 창의성과 상호협력·이해를 촉진 시키겠다는 것.

한편, 신조어 사용에 대해 우리말 파괴, 세대 단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조어는 새로운 개념이나 사회적 변화를 이해하고 전달하는데 유용하다", "기존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던 감정이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소속감을 형성하고 언어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의견이다.

신조어는 사회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새로운 언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이유없이 배척하기보다 더 올바른 방향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게 학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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