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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대전문화예술의 르네상스를 염원하며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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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3.23 16: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코로나가 풀려 작년에 계획했던 해외여행을 올 봄에 친구들과 가기로 했는데, 여권 만료일이 채 한달도 안 남았다. 부랴부랴 사진을 찍고는 시청민원실로 갔다.자주 들락거리는 시청이었지만 2층 민원실은 근 10년만인거 같다.오랜만에 여권을 재발급받으려 하니 좀 생소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 두 분이 입구에서 친절하게 구비서류를 챙겨주고는 여권과 창구로 안내해주었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급 하게 서두르다보니 사진이 규정 위반였다. 지하철에 있는 자동카메라로 찍었는데 작동미숙이 원인이었다. 바쁜데 속이 상했다. 다시 찍어오라는 민원실 직원의 설명에 오히려 내가 미안해 했다. 대면하는 동안 그 직원은 시종 환한 미소로 응대해주고 원인까지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다시 사진관에 가서 찍는데 시간 반이상 걸렸다. 다시 민원실로 찾아갔다. 직원은 금세 내 얼굴을 알아보고는 너무 잘 찍었다고 칭찬해주고 수고 많았다며 환하게 웃어줬다. 환하게 웃는 직원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직원의 그 짧은 배려가 모난 사람의 마음도 녹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시민으로서 자긍심이 생겼다.

지난주에는 대전문화재단 심규익 대표이사가 임기를 일곱 달여 남겨두고 퇴임했다. 퇴임식장에는 지역의 문화예술계 협회회장, 문화원장 등을 비롯해 그와 친분 있는 지인들이 참석했다.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가는 자리라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지만 퇴임식장은 아쉬움속에 환대를 받고 가는 그가 문화예술계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끈끈하게 지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가 대표로 온다고 할 때, 지역문화예술계와 언론들이 비전문가라며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나역시도 그를 25여년 넘게 알고 지내왔지만 의외였다. 당시만 해도 K모라는 분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언론조차도 그를 유력하게 전망했기 때문였다.

하지만 심 대표는 소통하는 분이었다. 부임 초부터 문화예술계 원로부터 관계자들까지 만나는걸 주저하지 않했다. 처음에는 한두 번 인사치레겠지 했는데 지속적으로 하다보니 그의 진정성이 통했는지 문화예술계가 한데 모이는 장이 형성되었다. 이를 두고 대전문화예술계 르네상스시대라고 할 정도였다. 물론 재단 내부적으론 불화설이 있었지만 바로 잡으려는 그의 소신이 너무 컸던거 같다. 그럼에도 문화예술계는 그를 버리지 않았다. 2009년에 설립한 대전문화재단은 심 대표까지 6명의 대표이사들이 거쳐갔다. 6명의 대표중 퇴임식을 갖고 간 이는 심 대표 포함해 2명 뿐이란다. 모두 임기를 못채우고 중도사퇴했기 때문이다. 이는 재단만의 비극이 아니라 대전문화예술계의 비극이다.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달에는 임기를 다 채우고 떠난 박홍준 회장에 이어 대전예총회장이 새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아마도 다음달에는 대전문화재단 대표도 새얼굴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의 문화예술인들은 큰 걸 바라지 않는다. 새 얼굴의 재단대표는 대전문화예술인들과 소통을 잘하는 그런 분이면 족하다. 시청 민원실의 직원처럼 실수해도 마음을 달래며 웃어주고 기쁨을 주면된다. 늘 내 가족을 대하는것처럼, 대전문화예술계의 르네상스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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