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사회공동체의 튼튼한 기둥은 무엇보다 상호 간 신뢰가 아닐까 싶다. 신뢰에 균열이 생기고 결국 붕괴에 이른다면, 그 사회는 물 한 방울 없고 풀 한 포기도 자랄 수 없는 황량한 사막이나 다름없다.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들이 그침 없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생존의 길은 멀고 험난해 결국 방황과 실종으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우리 사회 불신의 산물 중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 한다면 아마도 어디서나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CCTV나, 도로를 가로지른 과속방지턱이라 할 수 있겠다. 완벽할 정도로 빈틈없고 흐트러지지 않는 신뢰의 사회라면 그런 시설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CCTV 영상물로 담아 어떤 사건의 증거로 남기지 않아도 사건 사고가 없으며, 방지턱을 설치해 놓지 않더라도 과속하지 않는 운전자의 안전의식만 지켜진다면 서로 믿으며 살만한 세상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CCTV라고 칭한다. 특정 수신자를 대상으로 화상을 전송하는 텔레비전 전송시스템을 뜻한다. CCTV는 산업용, 교육용, 의료용, 교통관제 감시용, 방재용, 보안용에서 각종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폭넓게 활용되는 첨단 문명의 이기다. CCTV에 촬영된 사람을 1초에 3,600만여 명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하니 그 활용도를 가히 짐작하게 한다. 높은 산이나 넓은 바다 가운데가 아니면 CCTV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보아야 하겠다.
세계적으로 CCTV를 가장 많이 설치한 것으로 알려진 나라는 영국과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CCTV 설치 숫자는 가정용 등 민간이 설치한 5백여 만대를 포함해 2천만 대에 이를 거라는 통계수치가 있다. 비용이 얼마나 소요되던 설치목적에 부합한 효과가 사회적 비용의 그 이상이라면 상시 감시와 녹화에 따른 사생활 침해 등 다소의 문제점은 이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사 복잡하게 생각하면 더 복잡해진다. 불길하게 생각하면 더 불길해진다. 한번 무너진 인간사회의 신뢰는 더 많은 인내와 노력, 반성에 의한 약속에서만 회복할 수 있다. 무엇을 하든, 어느 거리를 걷든 어떤 위험도 없다면 그것이 공생 공존의 길이다. 울타리가 없어도, 문을 잠그지 않아도, 과속방지턱이나 신호등이 없어도, 법과 규칙에 앞서 양심을 지키는 미더운 삶을 가꾸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전보장과 함께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화려한 모습으로 성큼 찾아온 4월, 흩날리는 꽃눈깨비도 아름다운 4월, 결코 잔인한 4월이 아니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