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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옹고집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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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4.12 14: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티거나 그렇게 버티는 성미’를 가진 사람을 보고 고집(固執)이 세다고 한다. 어렸을 때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거나 내 의견을 끝까지 주장하다 보면 “그 녀석 고집이 세구나”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그런데 자타가 인정할만한 내용이면 고집부린다고 하지 않는다. 고집이라는 말은 좀 부정적으로 독선적(獨善的)이고 남과 타협하지 않는 경우에 붙여지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술 더 나가 옹고집(壅固執)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억지가 매우 심하여 자기 의견만 내세워 우기는 성미.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매우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요즘은 간판이나 상호(商號)를 보면 이 옹고집이라는 말을 넣어 굳세게 한 가지 제품만 꾸준하게 생산해 온, 신용이 있다는 인상을 주는 긍정적인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조선 시대 후기에 등장하는 판소리 12마당에는 ‘부자이면서 인색하고 불효자인 옹고집이 도사의 도술로 가짜 옹고집에게 쫓겨나 갖은 고생을 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착한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옹고집 타령』이 있고, 이를 소설화한 『옹고집전』이 있다. 인색하기 한이 없는 옹고집이 착한 사람이 된다는 결말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는 이야기이다.

옹고집이란 말은 매사냥에서 전해졌다는 어원설도 있다. 매는 아주 고집이 세어 응(鷹)고집이라고 하는데 거기서 응(鷹)이 옹(壅)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어쨌든 응고집이든 옹고집이든 억지가 심하고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 되어 왔다.

壅 (옹)은 막다, 막히다의 뜻이 있다. 固(고)는 굳다. 단단하다의 듯이 있다. 執(집)은 잡다, 지키다의 뜻이 있어 이 세글자가 갖는 뜻으로도 그 성품이 ‘×3’이 아니라 ‘³’쯤 꽉 막혔다는 뜻으로 해석해 본다.

옹고집은 편견이기도 하다.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는 것이다. covid19로 우리들 삶이 위축된 지 3년이다. 그나마 마스크도 벗게 되고 전염도 줄어드는 듯하여 삶에 생동감이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들 마음에 구름 끼듯 개운하지 못한 것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불편한 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권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거나 tv의 전원을 끈다고 한다. 물론 그것도 편견일 수 있지만,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어려운 이때 삶에 희망을 주고 나라에 대한 믿음과 감사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야 하는 책임이 정치권에 있는 것은 아닌지.

Adolf Hitler는 민족 우월이라는 옹고집으로 600만 유대인을 학살했고 세계 대전을 일으켜 역사의 죄인이 됐다. Ṣaddām Ḥusayn, Mussolini 등 독재자로 역사에 기록된 이들의 공통점은 역시 남의 의견을 듣지 않는 옹고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 삼일절에 일장기를 내건 세종시의 어느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싫다고 했다” - 싫은 한국에 왜 살고 있는가라는 반문을 하고 싶다. 그런 행동은 한 나라의 국경일에 찬물을 끼얹은 옹고집적인 행동이다. 할 수만 있다면 추방해야 한다. 있지도 않은 이야기(fiction)를 있는 이야기(fact) 같이 자연스럽게 말하는 이들도 어쩌면 옹고집은 아닌지, 그런 상태를 치료하는 치료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살아가면서 타협도 하고 고집부릴 것도 있다. 외길만 걷은 삶이 있다. 인간문화재이거나 국가 공인 장인(匠人)들이 그렇다. 그들의 옹고집은 가히 칭찬하고 장려(獎勵)해야 하지만, 되지도 않는 고집으로 보고 듣는이를 피곤하게 하는 고집 부림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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