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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실과 진실 사이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문학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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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4.17 19: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문학심리상담사
문득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궁금해진다. 사실과 진실이 지배하는 세상일까 아니면 거짓과 속임수가 자유롭게 활보하는 세상일까? 사전적 의미의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 자체의 의도를 갖고 있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상황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환상 허구와 구분되며 영어로 팩트 ( fact )라고 말한다. 사실은 때로는 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면 진실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로 ‘있을 법한 일’ 혹은 ‘있어야 할 일’의 의미를 지니며 영어로 ( truth ) 이다.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으로 확실한 사실 위에 덧붙여진 상황적인 판단과 결과에 따른 개인의 감정 상태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우리들은 과연 평소에 진실한 사람일까? 아니면 진실하지 않은 가식적인 모습의 사람일까? 문득 나 자신의 모습과 함께 주위에 자리 잡고 있는 형제나 친구, 지인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확실한 것은 이해관계로 얽힌 사회 조직에서 상황마다 다른 모습의 얼굴을 보이는 사람들이 진실되게 보이지는 않는 것이 솔직한 감정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어떤 사람이 직장에서 고객을 대할 때와 직장 밖에서 사람을 대할 때의 행동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당혹스런 적이 있다. 아마도 직업이 서비스직이다 보니 직장 내 에서의 모습은 평소와는 다른 연출된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판단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판단이기에 객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며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사회생활에서의 모습과 가족과 함께 있을 때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것은 그 사람이 위선적이고 가식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우리 인간이 다중적인 자아 ( 멀티 페르소나 ) 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라고 어느 심리 전문가는 표현한다. 그러나 가족 외에 사회생활을 통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에게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연출한다면 그 사람은 신뢰감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어떤 것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정보와 뉴스도 과연 참인지 거짓인지 모르는 순간도 있다. 언론에서 사실은 많이 만나지만 진실을 만나기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가짜뉴스도 범람하는 현실 앞에서 자신감 있게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렵고, 진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어쩌면 굳이 진실과 거짓을 명확히 구분하려고 애쓰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다. 선과 악의 경계선을 굳이 확실하게 구분하지 않듯, 참된 진실이 무엇인지 무감각해지는 현실 앞에서 작은 씁쓸함이 밀려온다. 진실게임에서 참과 진실보다 거짓과 속임수가 승리하는 세상이 될까봐 우려되는 순간도 때때로 감지된다.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도 때로는 불편한 상황이 싫어서 진실을 무시하고 묵과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다소 무거운 주제로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는 진실의 가면을 쓰고 있는 구체적인 대상을 알면서도 모두의 평화를 위해 진실을 드러내기 보다는 때로는 덮어버리는 깃발을 선택하기도 한다. 거짓말은 빠른 속도로 우리 귀에 도착하지만 진실은 오랜 시간이 걸려 가장 늦게 도착한다. 거짓보다는 진실이 대접받는 세상, 일시적인 속임수보다는 영원한 참이 성공하는 세상을 그려본다. 남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양심의 거울에 비춰보고 본 모습을 대면해보는 기회를 가져봄으로써 더욱 진실한 세상에 한 발 다가서게 될 것으로 믿는다. “진실은 지혜롭고 분별력이 뛰어난 사람만 찾아낼 수 있는 외딴 곳에 숨어있다” 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이 귓전을 맴도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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