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화속으로] 요지경 세상

이혜숙 수필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3.05.08 18: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혜숙 수필가
봄이 되니 온천지가 꽃세상이다. 야생화밭을 만들고 여러 종류의 꽃을 심었다.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의 꽃들이 피어 기분을 상승시킨다. 이른 봄에는 할미꽃이 수줍게 피었다 진 자리에 수선화가 뒤를 잇는다. 갑자기 따스한 날씨 덕에 영산홍이 이르게 꽃망울을 터트렸다. 바깥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꽃을 보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게 된다.

띠리링~ ‘엄마 휴대전화가 고장 나서 인터넷 전화로 문자 보내.’ ‘세탁물이 다 되었으니 찾아가세요.’ ‘얼마가 결제되었으니 확인하세요.’ 이상한 문자가 온다. 처음엔 잘 못 온 문자려니 넘겼다. 자주 오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다가 알았다. 이상하게 온 낯선 문자가 보이스피싱이란 걸.

전화가 고장 나 다른 사람의 전화를 빌려 한다는 문자를 보면서 자식을 향한 모정을 이용해 남의 주머니를 털려고 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이 태어났을 때 부모는 세상에 보탬이 되라는 마음으로 지극정성으로 키웠을 텐데. 무엇이 그들에게 나쁜 심성을 심어 줬을까.

한번은 전화가 왔다. 카드가 발급되었단다. 신청한 적이 없다고 했더니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확인해보란다. 자꾸 캐어 물으니 끊어버렸다. 그것 역시도 보이스피싱이었다.

어떤 사람은 이상한 전화를 와서 욕을 했더니 전화기를 해킹해서 주변 사람에게 못된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주변 지인들의 항의 전화를 받고서야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단다. 누가 그 사람에게 그런 나쁜 인성을 심어주었을까.

며칠 전 뉴스에 학생들에게 정신집중에 좋다면서 마약을 탄 음료수를 나누어 주어 아이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했다고 했다. 피자 한 판 값이면 마약 일 회분을 살 수 있다니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사는 걸까.

초등학생도 마약을 했다는 뉴스를 보니 온몸이 떨린다. 어른들에게 침투하는 것도 무서운데. 아직 자라는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중독된다고 생각하니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범죄를 행하는 사람이 자기 가족이라도 그렇게 했을까.

딸은 대치동에서 수학 강사를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수를 나누어 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하며 아이들에게 확인했더니 딸의 학생들은 아무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했다고 했다.

더군다나 마약 공급자가 고등학생도 있다. 어른 여섯 명을 고용했다니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7억 원 상당의 마약이 고등학생에게서 나왔다. 손녀를 양육하다 보니 이런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아가들의 미래가 걱정됐다.

오래전부터 사기를 치는 사람은 있었고 아편에 중독되어 가산을 탕진하고 도박으로 가정이 파괴되는 모습도 보았다. 그때는 자기 가정만 무너졌지만, 지금은 세상을 무너지게 한다. 흐리멍덩한 정신은 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성 착취물 동영상을 만든 사람이 구속되면서 하는 말도 속을 뒤집어 놓았다. 자기의 악마 같은 행동을 멈추게 해 주어 고맙단다. 참 어이가 없다. 구속되어야 멈추어진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들이 나이가 20대이고 고등학생도 있다고 하니 숨쉬기도 힘들 만큼 답답하다.

인터넷 전화가 와도 낯선 전화도 못 받는다. 혹시나 보이스피싱이 아닌가 겁나서다.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 얼음판 위에 서서 사는 것 같은 현실이 무섭다.

미국의 수사물을 자주 보는 편이다. 그 나라 역시 마약범죄를 소탕하고자 수사 기관마다 맹활약한다. 어디 미국뿐이랴. 세계 곳곳에서 마약이나 폭력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손녀를 키우며 소중한 이 아이가 커서 맞닥뜨릴 미래가 겁이 난다. 그들 부모도 나처럼 소중하게 보물이란 생각으로 키웠을 텐데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했을까. 그들 부모는 자식의 범죄를 알고 있을까.

세상을 뜨겁게 달군 학교 폭력. 단순히 아이들이 친해지려는 싸움이 아닌 철저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뉘는 그런 세상이란 게 서글프다.

어느 학생은 12년간 학교 폭력으로 피폐해진 삶을 사는 반면 가해자는 잘살고 있다는 게 화가 난 피해자 친구가 유투브에 그들의 이름과 사진을 올렸단다. 어디 그뿐이랴. 장관직을 추천받은 사람의 아들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란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이 빗발쳤다. 모 방송국에서 하는 노래경연 프로그램에서도 학교 폭력의 가해자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다.

세상이 온통 살얼음판이다. 어디를 가도 안전지대가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자유롭게 뛰어놀고 사람보다 짐승 출현을 겁냈던 어린 시절. 잘못하면 나무라던 어른들은 이웃집 아이들도 내 자식처럼 훈계했다. 어른들의 훈계도 잔소리요 간섭이라 여기며 해코지하는 요즘 아이들. 이런 요지경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요지경이 된 세상을 살맛 나는 세상으로 변할 수 있도록 어른으로 뭔가 해야 할 텐데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편안한 세상. 안전한 세상.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 신뢰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은 언제일까. 봄꽃들이 벌이는 향연에 마음 가득 행복을 느끼듯 아름다운 사람들의 향기가 온 세상에 퍼져 살맛 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