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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마음의 눈

한보라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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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5.14 17:5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보라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부 외래교수

최근 미국의 한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교육자료로 활용했다, 일부 학부모들의 항의로 학교장이 해임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다비드상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이미 수많은 나라의 교과서에 등재돼 교육자료로 활용돼오던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조각상 중 하나다. 그런 다비드상이 외설 시비에 휘말리라고 누가 예상을 했겠는가? 그것도 다름 아닌 현대 대중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미국에서 말이다. 그래서 더 우리로 하여금 의아함을 넘어 충격을 준 사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남체가 섬세하고 정밀하게 조각이 된 이 조각상은 과연 예술품일까? 아니면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것일까? 다소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수 있으나, 다비드상을 계기로 예술과 외설에 대한 정의를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필자 역시 최근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대전시 서구청에서 주관하고 있는 ‘청춘컬렉션’에 ‘버거의 탄생’이라는 작품을 출품했다, 미풍양속을 해한다는 이유로 필자의 다른 그림으로 교체됐다. 작품의 제목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우리가 흔히 먹는 버거의 재해석으로, 돼지가 패티가 되어 버거가 되기까지의 슬픈 일대기를 서사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래서 그 상징적 의미로 버거의 신은 인간이기에 여성의 출산 장면을 구도적 소재로 활용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우리가 우려할 만한 그 어떠한 노출도 성적 묘사도 없다. 단지 그렇게 그 상황 위주로만 출산 장면처럼 연출해 냈다. 하나 결과는 미풍양속을 해한다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더 들기 시작하는 것이 그 기준에 대한 궁금증이다. 비단 외설에 대한 논란은 오늘 내일 일만은 아니다. 다비드상에서 볼 수 있었듯이, 그 어떠한 예술품도 피해 갈 수가 없는 것이 외설 논란이기도 하다. 다만 그 기준과 범위가 어디까지가 외설이고, 예술인지 그 경계에 대한 애매함이 궁금할 따름이다. 심지어 그 기준을 정하는 심의기구 안에서조차 심의위원들 간의 의견 충돌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고들 한다. 그만큼 선뜻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민감한 주제라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끝날 것 같지 않을 논란에 답을 찾기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 어떤 입장도 아닌, 예술인으로서의 입지를 피력해 예술에 대해 의미적으로 접근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다시 말해, 예술인지 외설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명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를 기준으로 그 목적성과 그에 따른 의미 전달력을 경계로 삼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예술은 인간이 가지는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재창조 해내는 분야로, 예술품은 인간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데에 그 목적성이 있다. 그리고 변화한 시대만큼 그 예술의 의미도 변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현재의 예술은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정서의 시각화 성향이 더 짙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의 예술은 지금과 같은 매스미디어가 없다 보니, 예술품이 지금의 매스미디어의 기능을 함께 수행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과거 예술품에는 성적 표현 수단의 기능 또한 수행했을 것이다. 예술품의 수요자가 욕구를 가진 인간이기에 그렇다. 또한, 창작자 또한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그렇다.

결국 예술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환경적 요소 또한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어 예술의 목적성과 의미가 변한 지금, 과거의 예술을 현대의 기준에 맞춰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산물은 계승되고 발전되어 왔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과 외설을 놓고 따지기에 앞서, 그 시대적 환경과, 예술의 본질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기준 또한 혹자마다 의견을 달리하기 때문에, 그 판단은 대중의 몫일 것이다. 예술은 결국 대중 속에서 숨 쉬고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예술일까 외설일까? 필자의 버거의 탄생은 예술일까 외설일까? 그 논란 역시 의심의 여지 없이 그 시대를 사는 대중들의 몫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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