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목요세평] 학교폭력 근본적인 개선 대책 필요

“전문성과 객관성 결여된 학교폭력심의위원회 개선”으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3.05.17 14: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정수 한국영상대학교 교수·행정수도완성시민연대 공동대표
▲ 최정수 한국영상대학교 교수·행정수도완성시민연대 공동대표

드라마 ‘더 글로리’와 정순근 아들의 학교폭력으로 인하여 그동안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하여 제도적 측면에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교육부 2022년 1학기 학교폭력대책심의위 심의 유형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로 줄어들었던 학교폭력이 전면등교 이후 확연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급별 발생비율은 초등학교 25.1%, 중학교 50.9%, 고등학교 23.6%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고등학교는 감소했다.

이는 초·중학교의 학교폭력이 고등학교를 추월하여 저연령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19년도(코로나 이전) 대비 신체폭력(42.7%→35.7%), 금품갈취(5.7%→4.4%) 등의 비율은 감소했지만 언어폭력(21.9%→26.6%), 사이버폭력(8.0%→10.5%)은 증가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점차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2017년 민족사관고에서 발생한 정순근 아들로 인한 학교폭력 피해자는 정순신의 아들에게 오랜 기간 괴롭힘을 당해왔는데 정순신 아들은 피해자에게 “제주도에서 온 돼지 새끼”, “좌파 빨갱이”, “더러우니까 꺼져라” 등의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후배들이 모인 장소에서 “돼지는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꺼내 공개적으로 피해자에게 모욕하고 망신을 주는 방식으로 행해졌다. 결국 피해자는 정신과 병원 진료를 받았고 ‘자살 위험 진단’을 받았으며 상태가 심각해진 피해자는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이르렀다.

그 일로 인한 학폭위 진행 절차는 학폭위(1차)→조정위→학폭위(2차)→강원도 학폭위→춘천지법 1심→서울고법 2심→대법원 3심 순서로 이루어져 피해자는 가해자의 법 기술을 동원한 대응으로 진을 빼는 고통 속에서 2차 3차 피해까지 연결이 되는 구조가 되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인 강모 군은 입학한 지 한 달여 뒤부터 괴롭힘을 시달리다가, 어느 날 수업 끝나자마자 가해 학생 3명에게 앞머리가 엉망으로 잘리고, 코는 부어올랐고, 손도 여기저기 긁혔다. 강모 군은 이후 대인기피와 우울 증상으로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학교는 열 달이나 빠지게 되었다.

피해자가 신고로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렸으나, 가해 학생 3명은 서면 사과와 피해자 접촉 금지 처분만을 받았다. 가해자들이 폭행과 괴롭힘을 부인해 머리카락을 자른 사실만 인정됐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사는 중학생 정모 군. 지난해 7월부터 두 달 넘게 같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정모 군의 성기를 여러 차례 발로 걷어차고 욕설도 하고, 머리에 달걀을 던지고, 목이 졸리기도 했다. 학폭위가 열렸지만, 결국 가해 학생 두 명은 서면 사과와 접촉 금지, 교내 봉사 5시간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는 달랐다. 가해자들의 폭행과 강제 추행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왜 유독 학교 폭력 사건에선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학교 폭력이 신고되면 수사권이 없는 학교 교사가 1차 조사를 하는데, 양쪽 주장이 달라서 진술한 것을 정리하여 학폭위에 자료만 넘겨주는 역할만 하다 보니 초동수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또한 학교폭력 업무는 전문성이 있는 교사가 아닌 폭탄 돌리기로 배정된 기간제 교사 등의 몫이다.

이후 피해자나 학교가 요구하면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린다. 교육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현행법상으로 직접적인 조사를 하지 못하고, 당일에 진술을 듣는 것 말고는 따로 방법이 없어, 가해자가 사건에 대한 진술에서 부인하면 증거가 없는 이상 믿을 수밖에 없는 구조와 온정주의 등으로 솜방망이 결과가 도출된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구성도 문제가 많다. 전국 교육지원청 176곳에 있는 학폭위원은 재작년 기준 5800여 명으로 이들 중 학교 폭력 ‘전문가’로 분류할 만한 위원은 경찰과 법조인, 의사 등 다 합쳐봐야 10명 중 2명꼴이다. 이들마저도 심의에 참석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중요한 업무를 뿌리치고 참여해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꼼꼼히 보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법률 해석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렇게 운영되는 학폭위가 가해자에게 내릴 수 있는 처분은 1호부터 9호까지 있는데, 1호가 서면 사과, 8호는 전학, 9호는 퇴학이다.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퇴학보다 한 단계 낮은 전학인데, 전체 처분의 2% 수준이다. 물론 엄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피해자 처지에선 보복과 또 다른 괴롭힘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비유하자면 검찰에 해당하는 학교 교사는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학폭 상황을 진술에 의존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에 불과하고, 법원 역할을 하는 학폭위 또한 전문성이 모자란 위원들이 당일 진술에만 의존하는 형태의 학교폭력심의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사실성이 모자란 자료를 가지고 전문성이 모자란 심의위원들이 결정된 심의 결과에 대하여 가해자의 부모는 자녀의 앞날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한 법 기술을 발휘하여 외나무다리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가 진행되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학폭 대책은 어떤지 살펴보았다. 미국은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바탕으로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교사 4명 가운데 1명꼴로 상담 교사를 두고 심각한 사안은 주 정부에서 직접 조사에 나선다.

영국은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1989 아동법’ 제47조에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동폭력에 관한 교직원과 지방 당국에의 보고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괴롭힘을 범죄로 보지는 않지만, 심각한 폭력, 강도, 장기간의 협박이나 괴롭힘의 경우는 법률 위반으로 판단되어 경찰력이 동원된다.

일본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업무를 수행할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학교와 지역사회에 배치하고 있으며,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있어 지역사회협의체가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고, 집단 괴롭힘의 경우 학교가, 폭력 사건은 경찰이 개입하는 분리 정책을 쓰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월 12일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으나, 정순근 사건에 대한 개선을 위주로 가해 학생의 학생부 기록보존 기간 연장 및 학생부 기록 삭제의 피해 학생 동의를 받는 등 사후약방문으로 근본적인 대책이라 할 수 없다. 학교 폭력 절차가 사법적 절차인지 교육적 절차인지 모호하며, 이대로 갈 것이라면 학교와 학폭위에 전문인력을 배정하여야 한다.

아니면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벼운 사안은 교육적 해법을 찾고, 필요할 때 외부 기관(경찰력)이 개입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학폭위 도입 10년. 이제는 학폭위 만능주의에 벗어나 제대로 된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개선책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