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구제역이 이미 전방위로 퍼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18일 현재 구제역 발생 농장은 청주시 8곳과 인접한 증평군 2곳이다.
축종별로는 9곳이 한우, 나머지 1곳은 염소다.
방역 당국이 확진 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와 염소를 긴급행동지침(SOP) 등에 따라 살처분한 수치만도 1200여마리에 이른다.
청주는 최초 확진 농장의 반경 3㎞ 방역대 내에서 추가 발생이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이곳과 12.7㎞나 떨어진 증평에서 확진 농장이 나온 만큼 이들 지역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진 상태여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이 잇따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이른바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단기간 내 구제역 확진 농장이 잇따르면서 느슨해진 방역 의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주의 최초 확진 농장에서 소 29마리를 표본 조사한 결과, 항체 형성률이 62%에 그쳤다.
세 번째 확진 농장도 76.5%로 파악됐고, 네 번째 확진 농장은 고작 24%에 불과했다.
일부 조사한 결과이지만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가 없는 소가 적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방역 당국 관계자의 촌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평균 97% 정도의 항체 형성률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항체 형성이 덜 된 것은 보관을 잘못한 백신을 접종했거나 잘못된 부위에 주사를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로 우려스러운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현재까지의 역학조사에서 확진 농장 간 명확한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눈여겨볼 대목이다.
방역 당국이 수평전파보다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방위로 퍼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긴급 백신 접종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다수 개체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방역 당국은 청주와 증평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2019∼2020년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유사하며,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백신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확해진다.
당국은 청주 인근 5개 시·군에서 도내 11개 모든 시·군으로 대상을 확대해 오는 19일까지 긴급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방역대상 농장은 물론 사료나 분뇨 운반 차량 등이 겹치는 역학 관련 농장 전체를 대상으로 임상검사를 시행하는데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1차 방어선이 무너진 작금의 상황은 말 그대로 비상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추가 피해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일이다.
충북도가 구제역 방역 대응 단계를 관심에서 긴급 격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확산추세에 인근 대전-충남-세종지역 농가들도 크게 긴장하고 있다.
7~8년 전이나 지금이나 구제역 확산 부작용에 대한 조기 대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과거의 문제점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안이한 사후조처는 또 다른 부실논란을 키울 수밖에 없다.
충북에 이어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대전·세종·충남 방역 당국도 이 같은 지적을 직시하고 초기 대처방안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10번째 발생한 충북 구제역의 다각적인 방역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