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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인당 박동진 국창을 이야기하다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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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6.26 13: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 이윤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단원

어릴적 국악에 문외한 이었던 필자에게 “제비 몰러 나간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멜로디와 문구는 이상하리만치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졌다. 당시 누군가 판소리를 아는지 물어보면 제비 몰러 나간다!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하게 기억되었는데 시간이 지난 후 필자가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에 전수생으로 입문을 하고 나서 박동진 선생님의 광고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국악에 전혀 관심도 없던 어린아이에게도 판소리의 대명사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던 ‘제비 몰러 나간다’는 당시 대중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고 알고 있다. 그만큼 박동진 선생님께서는 국악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하신 인물이다.

7월이 되면 충남도 공주 거리를 가득 메운 박동진 선생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 박동진 선생님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생님의 생신과 떠나신 날이 7월이기 때문이다. 이 달에는 매년 열리는 박동진 선생님의 추모음악회와 박동진 판소리 명창 명고 대회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주를 찾는다.

박동진 선생님의 고향은 지금의 공주시 무릉동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인 충남 공주군 장기면 무릉리이다. 이곳에서 가족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소리를 가까이하게 되었고 소리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어릴 적 공주에 온 최고의 명창들이 모인 협률사의 공연에서 고종황제의 사랑을 차지했던 이동백 명창과 최고의 여류 명창인 이화중선 명창 그리고 고종황제의 벼슬을 받은 송만갑 명창의 소리를 듣고 그 꿈에 대한 마음을 더욱 키워 나갔다.
소리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협률사 감독을 무작정 찾아가 마음을 전했지만 허사였고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던 박동진 선생은 잠시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소리를 포기하지 않으셨고 우연한 계기에 소리를 잘한다는 소문이 나 다른 마을에서 공연을 부탁하여 소리를 하러 다니셨다고 한다.

박동진 선생님의 아버지는 소리꾼이 되는 걸 원치 않으셨는데 소리에 대한 꿈이 크다는 걸 알아보시고 본격적으로 소리를 제대로 배워 보라며 권했다. 그 뒤 기본이 되는 장단부터 시작하여 18세부터 22세까지 김창진 명창의 심청가, 정정렬 명창의 춘향가, 유성준 명창의 수궁가, 조학진 명창의 적벽가, 박지홍 명창의 흥보가를 사사 받으시며 5바탕을 공부하셨다. 일제의 탄압으로 소리꾼으로서 활동이 어려워져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100일간 독공을 하게 되는데 매일 쉬지 않고 소리를 부른 탓에 몸에 무리가 와 쓰러져 소리를 더 이상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되지만 똥물을 다려 마시며 기운을 차려 100일 독공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다.

그 뒤 햇님 국극단 등에서 편곡과 무대감독을 맡아 활동하셨고 국립국악원의 국악사로도 활동을 하시며 국악의 길을 이어갔지만 유행가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성행하며 예전만큼 대중들에게 국악은 큰 관심을 얻지 못하였다. 전통의 맥이 끊길 것을 우려한 선생님은 고민 끝에 완창발표회를 생각해낸다. 혼자 서서 짧게는 5시간 길게는 8시간이 되는 소리를 부른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걸 알았기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박동진 선생님의 발표회는 진행되었고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박동진 선생님의 수제자이시며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 관장님이신 김양숙 선생님께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박동진 선생님께서는 완창발표회가 끝나면 바로 다음 공연의 날짜를 미리 잡으셨다고 한다.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큰 공연을 끝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 보다 다음 완창 발표의 준비라니! 다시금 존경의 마음이 들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박동진 선생님께서는 잊혀가는 판소리를 복원하기도 하고 새로운 판소리를 창작하기도 하셨는데 성경을 판소리로 작창한 성서 판소리 창작 발표와 이순신 장군 일대기를 작창한 창작 발표를 하시고 배비장전과 변강쇠타령 등을 복원 발표하시며 소리꾼의 길과 함께 작곡가의 길도 걸으셨다. 1998년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을 개관하시며 전문적인 소리꾼 배출을 위한 전승 교육과 일반 시민들을 위한 체험학습을 통해 판소리 보급에도 힘쓰셨고, 박동진 판소리 명창 명고 대회의 개최를 통해 국악 발전에 큰 기여를 하셨다.

박동진 선생님의 추모음악회가 올해로 20주기를 맞이하고 박동진 명창 명고 대회는 23회를 맞는다. 오는 7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이어지는 이 행사는 선생님의 예술혼을 잇기 위한 대회이며 음악회이다. 국악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한 선생님의 정신은 지금까지도 이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한편의 영화와도 같은 삶을 사신 박동진 선생님은 어떤 시련이 와도 이겨내어 이루고 마는 열정, 내가 얻은 것을 더불어 나누는 온정, 우리의 것을 후대에 전하는 사명감을 보여주셨다. 우리 것을 소중히 지키셨을 뿐 아니라 새로운 도전과 국악의 발전에 일생을 바치신 박동진 선생님의 삶은 비단 국악인들뿐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가슴을 울리는 정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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