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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나눔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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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7.02 13:4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돈의 가치는 소유가 아니라 쓰는 데 있다’라는 말이 있다. 얼마 전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 회장이 고향 마을 사람들과 초·중·고 동창 수백 명에게 많게는 1억 원씩 현금을 선물했다는 기사를 보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눔의 의미를 고민하게끔 하는 독특한 나눔이었다고 여겨졌다.

나눔과 베풂의 바탕은 낮은 곳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향하는 갸륵한 마음이라고 하였다. 나누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눌 때는 주는 자가 있고 받는 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그러면 나는 어느 쪽일까? 어느 쪽이 나에게 있어 더 행복해지고 어울릴까!

대전역에 가면 노숙자이거나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하여 무료 급식소를 이용하는 분들이 계신다. 만약에 나눔의 의미를 노숙자들한테 점심을 나누어 주는 것을 나눔의 실천이라고 평가한다면 받는 이들은 반드시 노숙자가 되어서 구걸을 해야만 하는데 내가 주체가 되어서 공짜로 점심을 얻어먹는 이 나눔이 행복할까!

나눔이란 남을 위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서 연습과 습관을 통해 길러지게 된다고 하였다. 얼마 전 주위에서 전해 들은 미국의 에피소드를 한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자동차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매장이 있었는데 한 여성이 자신의 커피 값과 얼굴도 모르는 뒤차에 탄 사람의 커피값을 같이 냈다고 한다. 그러자 무료 커피를 받게 된 뒤차의 운전자가 또 다른 손님의 커피 값을 냈고 이렇게 이틀 동안 무료 커피 자선에 수백 명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비록 커피 한 잔이었지만 이 또한 사람의 자비로운 마음이 나눔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 준 흐뭇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되었다.

다른 나라의 일부 부모들은 자녀가 태어난 날이 되면, 그날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어주는 대신 기부나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 부모들이 태어난 아기의 날을 축하해 주는 대신 자녀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같은 부모 된 입장에서 존경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대대로 전해져 오는 기부 가문이 있는데, 경주 최부자 집이다. 최부자 집 가훈에는 만석 이상을 초과하는 부는 모두 기부하고, 흉년이 들 때는 땅을 사서 늘리지 말고, 지나가는 나그네는 후하게 대접하고, 주변 백 리 안에는 가난한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것인데 최부자네 후손들은 몸소 그 가훈을 300년 동안 실천하였다고 한다.

나눔은 숭고한 행동으로서 내가 가진 소유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지만, 기쁨이 배가 되므로 돌이켜보면 결국 손해 보지 않는 셈이다. 워런 버핏은 ‘살아오면서 즐거웠던 기억들만 남기고, 나머지 모든 것은 사회에 돌려주라’고 하였다.

인생의 성공에 관해 다룬 책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각기 다른 주제지만 모두가 행복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행복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이 나눔이라는 것도 이야기한다. 우리네 삶의 여정 안에서 나눔의 방향은 과연 어디를 바라보고 있을까? 나 자신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향한 것인가, 내가 무언가를 받기 위한 의식적인 나눔인가, 이 나눔이 다른 사람의 불편함을 해소해주거나 나눔이라는 탈을 쓰고 나의 자랑을 하는 건 아닌지 고민도 한번 해보자!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좋은 쪽으로 밀고 나가는 힘은 보통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점차 가치 추구에 대한 지향점이 개인화되며, 각 개인의 삶의 가치 추구 또한 다양한 양상으로 형성되는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과 배경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것이 필수적이며 나눔은 이러한 이해와 도움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이자 방법이다. 또한 나눔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이자,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도전적인 가치이다. 그리고 나눔은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되며, 작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좋은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우리 모두의 행복이기도 하다.

‘너희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알게 된다. 한 손은 너희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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