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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쉼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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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7.12 12:4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필자가 20대 초반일 때 7월의 뜨거운 태양열 아래 훈련소에 입대했었다. 모든 군사 훈련이 그렇듯 염천(炎天) 아래 산을 오르내리고, 땅바닥을 기면서 받는 훈련은 참기 어려운 과정이었다. 움직여지지 않는 팔 다리를 끌다시피 하며 산을 기고 오르내리며 고통스러워 할 때, 필자를 이끌어 준 전우의 “야, 쫌만 참자, 곧 휴식 시간이 될거야”라는 격려의 말이 있어 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당장의 고통이, 잠시 후의 평안한 휴식이 있으리라는 기대와 바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끔은 단체 기합으로 그 휴식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허탈감도 있었지만….

휴식(休息)은 쉼이다 쉼은 쉬다에서 온 명사형이다. ‘쉬다’는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히 두다’, ‘잠을 자다’, ‘잠시 머무르다’, ‘물체나 물질 따위가 움직임을 멈추다’, ‘일이나 활동을 잠시 그치거나 멈추다. 또는 그렇게 하다’, ‘결근이나 결석을 하다’, ‘일감이 없어서 오랫동안 일을 하지 못하거나 직장 따위를 그만두다’ 등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어떤 행위를 잠시 중지하고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삶에서 필요한 과정이며 다가올 행위에 대한 준비 상태이다.

Leonardo di da Vinci는 ‘때때로 손에서 일을 놓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잠시 일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보면 자기 삶의 조화로운 균형이 어떻게 깨져 있는지 분명히 보인다’라고 하여 쉼이 단순한 행위 중지가 아니라 삶의 조화와 균형을 찾는 과정으로 보라고 한다. Socrates도 ‘한가로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다’라고 하여 쉼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여름과 겨울에 방학을 한다. 직장인들 또한 휴가를 갖는다. 일정 기간 복무를 하면 군인들도 휴가가 주어진다. 학생들도 일과 중 4~60분 수업을 하고 10분간의 휴식 시간을 가지며 군인들도 훈련 중 달콤한 휴식 시간을 기다린다. 통제가 없는 농부들도 스스로 알아 ‘좀 쉬었다 하자’며 휴식을 갖는다. 단순히 육체적 피로를 푸는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쉼을 갖는 시간이 된다.

경제변화와 기업전략, 미래 트렌드 등을 주제로 전세계 기업체, 대학, 기관 등에서 활발한 강의를 하고 있는 미래학자 Daniel Pink는 휴식을 위해 ‘한 번에 오래 쉬기보다 잠깐씩 쉬기’, ‘가만히 있기보다 움직이며 쉬기’, ‘혼자보다 같이 쉬기’, ‘실내보다 실외로 나가기’, ‘휴식 중 다른 생각하지 않기’ 등 다섯가지를 제안한다.

휴식은 몸과 마음의 평안을 동시에 주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고 ‘휴식 중 다른 생각하지 않기’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쉰다고 하면서 우수마발(牛溲馬勃)을 걱정하면 쉼이 아니다. 온갖 상념(想念)과 잡념(雜念)이 머릿속을 오가면 오히려 더 피곤해진다.

초복이 지났다. 휴가철이다. 친지들과 가족들과 (흔히 하는 말로) 바다로 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계절이다. 우리는 곧잘 휴가와 여행을 혼동하지는 않는지, 그래서 휴가 간다고 하고는 오히려 다투고, 마음 상하고, 속상해 오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왕에 떠나는 휴가라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접어두고 즐겁게 쉬는 기회가 되어 정말로 ‘재충전’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해마다 내년에는 괜찮겠지 했는데 역시 올해도 덥다. 말로만 민생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의 말은 이제 귀가 아프게 들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물가는 그칠 줄 모르고 오른다. 눈치만 보던 전기요금과 가스 요금은 여름을 지나고 오를 전망이다. 덩달아 혈압도 오른다. 오르는 혈압이라도 잠시 중지하도록 싱그러운 자연의 품속에서 마음을 열고 굳어진 근육의 피로를 푸는 즐거운 쉼이 되었으면 좋겠다. 3년 만에 풀린 집합금지로 휴가를 가게 된다. 이왕 쉬는 거 제대로 쉬는 여름 휴가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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