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고지은 기자 = 11일 대전 중구 중앙로 일원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대전시가 오는 18일까지 7일간 여는 '대전 0시 축제'의 첫날이었던 이날 오후 6시 30분.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대전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4번 출구는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축제를 앞두고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통과한다는 기상예보는 행사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될 거란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오전에 소량의 비가 내리고 25도 전후에 머문 기온은 축제를 즐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대전시와 관계기관이 준비했던 호우·폭염 대비가 무색할 정도였다.
"시간의 문아 열려라!" 이장우 시장의 힘찬 구호와 함께 시작된 퍼레이드는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미래존에서 현재존으로, 또 과거존으로 약 600m 구간을 이동하는 행렬의 인파는 한눈에 봐도 엄청났다.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단 소개와 함께 열린 퍼커션(타악기)·글로벌 공연팀의 신명나는 공연은 그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접하지 못한 ‘축제 갈증’을 해소 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뒤이은 대전 마스코트 '꿈돌이' 공중 퍼포먼스로 축제 열기는 한층 고조됐다. 사람들은 하늘에 떠오른 꿈돌이의 몸짓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감탄했다.
'불금'을 맞아 삼삼오오 나들이에 나선 가족·연인·친구 단위의 방문객들은 거리 곳곳 설치된 조형물들을 배경으로 셀카 삼매경에 빠졌다. 한여름 열기에 부채와 미니선풍기를 손에 쥐고 있던 이들도 목척교 구간을 지날 때면 쿨링포그가 내뿜는 시원함을 만끽했다.
한쪽에 늘어선 체험부스에서는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꼬물꼬물 부채 등 굿즈를 만들고 있었고,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대전부르스 주제 레트로 감성 거리창작극 공연 열기도 뜨거웠다. 1950~1980년대를 배경으로 실감나는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들의 무대에 관객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며 일명 '떼창'을 유도할 때는 춤을 추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 즐거움을 만끽하며 축제와 하나가 된 사람들의 모습에서 대전을 꿀잼도시로 탈바꿈 시켜줄 전략축제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행사장 곳곳을 누비던 중 어디선가 코끝을 찌르는 맛있는 냄새가 발길을 붙잡았다. 홀린 듯 따라가보니, 해외음식문화체험을 비롯해 푸드페스타, 건맥페스타 등이 열리는 '먹거리존'이 마련돼 있었다. 축제 묘미 중 하나인 음식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 10시가 지난 야간에는 '치맥', '피쏘' 등 갖가지 음식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즐기는 이들로 시원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속이 뻥 뚫리는 듯한 록(ROCK) 공연이 펼쳐질 때면, 관객들은 맥주를 손에 든 채 얼싸 안고 춤을 추는 등 열렬히 환호했다.
이날 가족과 함께 축제를 찾은 김모(38)씨는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행복해졌다"며 "내년에도 0시 축제가 열리면 꼭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모(21)씨도 "대전에는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놀 수 있는 큰 축제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0시 축제가 그 역할을 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한여름밤 대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즐길 수 있는 '0시 축제'는 매일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진행되며, 행사 구간(옛 충남도청~대전역)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