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한은혜 기자 = "씨알도 작고 영 실하지 않은데 가격만 너무 비싸다."
추석 대목을 준비하러 대전 중앙시장을 찾은 주부 송모(55)씨는 성수품에 필요한 채소를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송씨는 과일과 채소 모두 크기가 작을뿐더러 가격만 비싸졌다고 하소연했다.
24일 추석 대목을 앞둔 대전 전통시장이 북적이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 탓에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날 대전 시내 전통시장 2곳서 만난 시민들은 “상차림을 반으로 줄일 계획”, “명절이 부담된다”는 말을 연발했고 상인들 사이에선 “대목이 사라졌다”는 한탄이 터져나왔다.
상인들은 매장 앞 북적이는 발길들을 반겼지만,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듣고 걸음을 돌렸다.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주부 박모(40)씨는 “배, 사과가 한 개에 5000원이라니 상상도 못해본 가격이다. 월급은 똑같은데 밥상물가는 계속해서 오르니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골목을 오가는 사람을 붙잡기 위해 '떨이' 경쟁을 펼쳤지만, 가격을 듣고 망설이던 손님들은 금세 자리를 떴다.
직장인 홍모(30)씨는 “미리 사면 저렴할까 싶어서 주말에 왔는데 작년보다 돈이 두 배는 더 들 것 같다. 그나마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 환급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어 계획했던 품목을 다 구매했지, 아니었으면 인터넷 최저가로 구매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시장 초입에서 과일가게 노점을 하는 김모(70)씨는 “가격만 묻고 다들 사가지를 않는다”며 "명절용 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줄었다고 보면된다. 아직까지 명절 대목은 없는 상태"라며 혀를 끌끌 찼다.
지난 여름 긴 장마와 태풍 등으로 인해 사과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평년 대비 두 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황금연휴와 명절간소화 문화를 '대목 실종'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전집을 운영하는 최모(55)씨는 “이번 명절은 쉬는 날이 많아 다들 여행을 가서 그런지, 차례를 간단하게 지내거나 안하는 집들도 생겨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옆 가게에서 떡 집을 운영하는 신모(58)씨는 “장사를 하면 한 해 한 해가 달라지는걸 느끼는데, 대량주문이 점점 줄고 있다. 명절 상차림을 간소화하고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가게도 손님은 북적였지만 분위기는 비슷했다.
전통과자를 판매하는 유모(55)씨는 "손님들은 와서 비싸다고 말하는데 물가가 오르면 상인들도 어렵다. 조금 손해본다고 생각하고 장사하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