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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화 뷔페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문학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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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11.13 12:4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문학심리상담사
현대인은 대화에 목마르다. 사람보다는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통한 디지털 소통이 다반사여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대화 매개체가 기기이다 보니까 사람 마음은 더욱 메말라가고 피폐해진 다. 사람 온기가 그립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간절한데 세상이 여의치 않다. 한참 재잘거려야 할 유아나 어린이도 부모와 대화의 부족으로 반응성 애착 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니 살아가는데 대화의 중요성은 너무나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밝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할 어린이가 혼자 지내기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며 지내는 것이 사회성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지극히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나이 든 어르신도 가족이나 지인과 대화를 많이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인지능력과 기억력 향상에 좋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많이 웃고,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우울증도 덜 걸리고 치매 발생률도
낮다는 어느 전문가의 조사 결과만 보아도 우리는 살면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익히 인식하고 있다. 인간은 대화를 통해 서로 어울리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대화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폐해는 생각하지 못한 사회 부적응으로 나타난다. 사회 구성원들의 고립감과 사회 부적응은 나아가 건강한 사회가 아닌 병든 사회를 탄생시킬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예전보다 더욱 서로 대화하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족끼리도 서로 경청하는 자세로 아날로그 소통의 대화 횟수를 늘리고, 이웃 간에도 만나면 피하기보다는 반갑게 대화하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는데 서로 입을 닫기가 일쑤이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요양원에서 외로움으로 생긴 우울증을 치료하고 계신 어르신에게 따뜻한 대화는 약보다 효과가 큰 치료제일 수도
있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삶을 포기한 사람에게도 온기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로 위기의
순간을 넘긴 경우를 우리는 뉴스를 통해 접했다. 그만큼 인간적으로 공감하며 나누는 따뜻한 대화는 아픈 마음을 달래는 매우 효과 있는 치료제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견고한 집에 갇혀 외로움에 익숙하게 보이지만, 주변에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어 인공 지능과도 대화를 시도하는 누군가를 방송에서 만나면서 인간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뷔페 음식점을 방문하듯 서로서로 관심 있는 대화를 즐겁게 나눌 수 있는 대화 뷔페에 참석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다양하고 많은 음식을 배불리 먹듯 대화가 고프고 따뜻한 정이 그리운 사람들이 서로 어루만지고 공감할 수 있는 대화 뷔페의 시간을 가져보면 우리는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건강한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좋은 인간관계를 맺게 되고 나아가 동고동락의 소중한 인연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귀찮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피하는 것은 아닌지 잠시 반성하면서, 곧바로 대화의 정원으로 나아가 따뜻한 말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행복의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큰 기쁨을 누리는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대화가 고픈 누군가를 구원해 줄 수도 있는 작은 대화의 가치는 그렇게 큰 의미가 되어 보석처럼 찾아온다. 프랑스의 작가 ‘아나톨 프랑스’의 “이 세상의 참다운 행복은 남에게서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에게 주는 것이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행동이기 때문이다”라는 글귀가 유난히 가슴에 와닿는 11월 어느 날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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