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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문학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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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3.03 09: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문학심리상담사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이든 그냥 좋아. 이유 불문하고 그냥 좋아”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아도 그냥 그 사람에 끌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 때문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예쁘기 때문에, 부자이기 때문에, 능력자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예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감정이야말로 순수하고 진실한 감정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 때문에 좋아하게 되면 그 이유가 사라질 때 좋은 감정은 당연히 줄어들 확률이 높기에 순수한 감정의 크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는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이익과 손해를 전혀 계산하지 않은 정말로 순수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가 작금의 사회생활에서 존재하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나 진실성이 결여된 타산적인 관계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배제되어야 할 혈연관계에서도 순수함이 결여된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에 우리의 단점과 부족함을 무조건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관계를 바라는 것은 너무 세상사를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막연하나마 필자는 그런 세상에 사는 꿈을 꾸어본다.

중환자실에 계신 아버지를 면회하면서 만난 생명줄을 놓지 않고 사투를 벌이는 적지 않은 환우들을 보면서, 새삼 전율과도 같은 삶의 소중함을 느껴본다. 삶의 동아줄을 움켜쥐고 있는 그들 앞에서 건강한 우리가 겪고 있는 고민의 정체는 어쩌면 “욕심이 본질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밀려왔다. 살면서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원하는 미래의 종착역은 고통 없이 떠나는 편안한 여정일 것이다. 어쩌면 살면서 맞이하는 모든 고민과 불행은 소유하려는 욕심에서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행복해질 것이다. 중환자실의 방문은 ‘우리는 한낱 미약한 존재’임을 깨달으면서 동시에 삶의 경건함을 몸소 절실하게 느껴보는 매우 귀중한 시간이었다.

요즘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괜히 짜증을 내고 찌푸리고 인상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물론 힘들고 팍팍한 생활이 그들을 여유가 없게 만든 이유도 있지만, 표정 없는 무뚝뚝한 모습이 평소 익숙한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최근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가는 중, 기사님이 길을 돌아서 가는 바람에 요금이 예상보다 많이 나왔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기사님은 직진해서 가는 것이 빠르다는 나의 의견에 화를 내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기사님의 행동이 당혹스럽고 어이없었지만 조용히 내렸다. 택시에서 내린 후 기분이 매우 언짢았는데 잠시 후 콜택시 직원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기사님의 사과를 전했다. “몸이 아파서 괜히 손님에게 짜증을 냈는데 매우 미안해 한다” 라는 말을 들으면서 기사님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이 해되지는 않았지만 “요즘 사람들이 많이 힘들구나” 라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있는 여유의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가 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살면서 역경이 닥쳤을 때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부정적인 마음가짐은 영혼의 질병으로 건강을 훼손하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다 보면 반드시 축복의 선물을 받게 될 것으로 믿는다. “그날그날이 너에게 최후의 날이라고 생각해라. 그렇게 하면 뜻하지 않은 오늘을 얻어 기쁨을 갖게 될 것이다” 라는 그리스 시인 ‘호라티우스’ 의 말이 각인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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