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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습에 먹칠을 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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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5.23 18:54
  • 기자명 By. 윤용태 기자

백제시대에 내신좌평, 내법좌평, 내두좌평, 위사좌평, 조정좌평, 병관좌평의 6좌평이 국가의 행정업무를 관장했다.

이중 백제 말 의자왕 때의 충신 성충은 656년 좌평으로서 의자왕이 신라에 대한 성공적 공략에 도취돼 음란과 향락에 빠지자 이에 적극 간했으나 옥에 갇혔다. 옥에서 죽기 전에 글을 올려 “충신은 죽어도 임금을 잊지 않으니 한마디 하고 죽겠다. 시국의 사변들을 보건대 반드시 전쟁이 있을 듯한데, 반드시 상류에서 대적을 맞이해야 보전할 수 있다. 만약 다른 나라 군사가 오면 육로로는 침현을 지나지 못하게 하고 수군은 기벌포 연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며 험준한 곳에 의존해 적을 막아야 가능하다”고 했다. 의자왕은 성충의 말을 듣지 않고 다른 곳에서 적군을 맞은 결과 패배해 도성이 위급해졌다.

이어 흥수는 일찍이 좌평으로 있다가 고마미지현으로 유배됐다. 660년(의자왕 20) 당나라와 신라가 연합해 쳐들어오자, 왕은 군신을 모아 회의를 열었으나 저마다 의견이 달라 방어책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에 흥수에게 사람을 보내 의견을 물었는데 날랜 군사를 보내 당나라 군대가 백강을 건너지 못하게 하고, 신라 군대가 탄현을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왕은 성에 들어가 적군의 물자와 군량이 떨어지고 군사들이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맹렬히 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충간했다. 그러나 대신들은 흥수가 오랫동안 유배중에 있어 왕을 원망하고 나라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 말을 따를 수 없다고 하면서 오히려 당나라 군사들을 백강으로, 신라 군사를 탄현으로 오게 해 그 틈을 타 군사를 풀어 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흥수의 말을 듣지 않은 백제는 당나라와 신라의 군대에 패해 멸망했다.

또한 계백은 위기에 처한 백제를 구하고자 결사대 5000명을 뽑아 거느리고 황산벌 싸움에 나갔다. 출전하기 전에 자기의 처자들이 패전 뒤 노비가 되어 치욕을 당하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 하여 미리 자기 손으로 죽였으며, 자신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굳게 맹세했다. 병사들에게도 “옛날에 월왕 구천은 5000명의 군사로 오왕 부차의 70만 대군을 무찔렀다. 오늘 각자 분전해 승리를 거두어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라”고 출전식을 통해 격려했다. 그가 이끄는 결사대는 신라 김유신의 5만여 군사와 4차례나 싸워 이겼다. 그러나 결국 나이 어린 화랑 반굴·관창의 전사로 전의를 불태우며 노도처럼 밀려드는 신라군을 당하지 못하고 패배해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이 패전으로 백제는 마지막 희망마저 잃고, 나당연합군에게 사비성이 함락됨으로써 멸망하고 말았다. 후대에 조선시대 유학자 서거정은 백제가 망할 때 홀로 절개를 지킨 계백의 행동을 높이 평가해 “나라와 더불어 죽은 자”라고 칭송했다.

이에 훌륭한 백제역사의 세 충신(성충·흥수·계백)의 충절을 기리고자 1957년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부소산 중턱에 ‘삼충사’라는 사당을 세웠으며 1981년 중건돼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매년 10월 백제문화제 행사 중 하나로 삼충제를 지내고 있다.

백제의 왕도인 부여는 백제의 후예라고 자부하는 부여인들이 살고 있으며 옛 백제의 찬란했던 문화를 자부하고 자랑삼아 왔다.

하지만 삼충사 내에 있는 백제의 세 충신의 영정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곰팡이가 영정 곳곳에 피어나 훼손의 우려 속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백제 후예의 후안무치(厚顔無恥)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마치 역사속 백제의 세 충신이 백제의 후예에게 “나의 모습에 먹칠을 하는 구나!”라고 외치는 것만 같아 서글프다.

십일지국(十日之菊)이라고 생각할 때 빨리 복원 및 보수를 해 세 충신에게 떳떳한 백제의 후예임을 보여주고 관광객에게는 훌륭한 백제시대의 충신을 널리 알려 부여가 백제의 왕도로서 충절의 고향임을 알려야 한다.

또한 이번을 기화(奇貨)로 사적관련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며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윤용태(부여주재) yyt690108@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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