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이던 ‘사마귀 유치원’이 지난 주 방영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다. 사마귀 유치원은 유치원 상담교사가 원아들에게 사회생활의 노하우를 전한다는 포맷으로, 우리 사회 곳곳의 허구성을 통렬하게 풍자하는 코너였다. 필자는 가끔 그것을 보면서 딱 맞는 소재가 우리 교육계에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우리 아이들을 들볶아대는 ‘일제고사 대비 놀음’이 그것이었다.
그 법석의 시작은, 이 정부 들어 부진아를 없앤다는 취지로 시작된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였다. 2008년, 교육부는 영·미·일의 비슷한 시험을 본떠 전국의 초등6학년과 중3, 고2학생들에게 학령별로 같은 시험을 보여 기초학력 미달자를 가려내고자 했다.
전국단위 학업성취도평가는 우리나라 같은 국가수준 교육과정 없이 교사들의 자율지도에 맡기는 나라들에서, 정부가 학령별로 일정수준의 교육과 학업성취의 확보를 위해 ‘필요성을 한정’하고 있는 평가다. 그리고 그조차, 원하는 학교와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해 ‘표집’으로 실시하는 것이 상례다. 더욱이 영·미·일에서는 평가결과를 책무성과 결부시켜 온갖 조작이 뒤따름에 따라, 실패한 개혁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시책이다. 프랑스에서는, 코끼리와 토끼와 원숭이에게 똑 같이 나무 오르기를 시켜 교육의 성과를 재려고 하는 것만큼이나 불합리한 제도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평가이기도 하다.
그 평가를 무턱 도입한 첫 시험(2008년)에서, 충북은 소위 ‘꼴찌’를 했었다. 조선일보가 전국 시군의 등위를 매겨 발표한 결과 충북이 바닥권을 휩쓸었고, 그러자 교육감이 도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었다.
그 광경 앞에 충북의 교육주체들은 불안감에 휩싸였었다. 전국1등시군구부터 꼴찌180등까지가 겨우 4점차인데, 그걸 가지고 저 야단이면 어쩌자는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다음 해부터 일제고사 원조인 영·미·일에서처럼 ‘사마귀 유치원’같은 장면들이 속출했다. “일제고사 전국일등?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밤늦게까지 달달달 문제풀이만 시키면 돼요. 부진아 특수학급으로 빼고, 운동부 훈련 보내고, 한 문제만 슬쩍 힌트 주면 전체 4점은 금방 올라가요…”
그처럼 ‘눈 가리고 아옹하기’가 공공연하게 벌어졌고, 그 결과인지 다음 해 충북 시군들의 성적이 서울 강남구보다 앞서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리고 도내 모든 학교 교문위에 “전국 최우수 학력”을 자랑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졌다. 다시 그 후 내리 3년, 충북도교육청 앞마당에는 전국학업성취도평가 ‘3연속 전국1위의 위업’을 자축하는 돌비석까지 세워지게 되었다.
그렇게 ‘맹목적 일등’에 사로잡힌 충북교육이 최근 섬뜩한 타이틀 3개를 더 추가했다. “청소년 자살률 1위! 스트레스 인지율 남녀학생 공히 1위!” - 이 통계도 2010년 것이니, 이 타이틀 3연패도 이미 ‘떼놓은 당상’이다.
개그 프로그램은 종영되었건만 ‘사마귀 유치원’의 모습은 이렇게 충북교육의 현실로 창연하다.
김 병 우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