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열며] ‘진실의 입’이 너무나도 필요한 대한민국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워서 국민들 생활이 팍팍한데 금방 확고될 사실을 가지고 소모적인 진실공방 논쟁을 거듭하고 있으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3.10.13 17: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 경 수 법무법인 둔산 대표 변호사

이탈리아 로마의 보카 델리 베리타 광장에 위치한 산타마리아델라 교회의 한쪽 벽면에는 ‘진실의 입’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름 약 1.5m 정도의 사람 얼굴 모양 대리석 가면 조각이 걸려있다고 한다.

기원전 4세기 쯤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 대리석 가면은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을 조각한 것으로서 원래는 가축시장의 하수도 뚜껑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 조각에 ‘진실의 입’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사람을 심문할 때 심문을 받는 사람의 손을 위 조각의 입 모양 부분에 집어넣고 만약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릴 것을 서약하게 한 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일설에는 진실의 입 뒷 부분에 병사가 숨어있다가 심문을 당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거짓을 말하는 것 같으면 손을 잘랐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되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혼외아들 사건은 그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온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사건이다.

조선일보가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비밀스런 부분을 섣불리 특종 보도 하였을 리가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언론에 비쳐진 채동욱 전 총장의 결연한 모습이나 정정보도 청구를 하겠다는 채 총장의 발언 때문에 혹시라도 조선일보가 잘못 짚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대검의 감찰과장이 채동욱 전 총장의 호위무사를 자칭하면서 사직을 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채동욱 총장의 말이 진실인 것으로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채동욱 전 총장의 내연녀라고 알려진 여자의 집에서 4년 7개월간 가정부로 일했다는 한 여자의 증언내용과 채동욱 총장이 그 가정부에게 주었다는 연하장에 대한 필적감정 결과가 채동욱 전 총장의 퇴임식날 보도되면서 채동욱 전 총장의 말은 더 이상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물론 채동욱 전 총장의 아들이라고 알려진 아이에 대한 유전자 검사결과 채동욱 전 총장의 아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대반전카드가 아직은 살아있지만 그런 반전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필자는 채동욱 전 총장 사건을 지켜보면서 채동욱 전 총장이 왜 처음부터 진실을 밝히지 않았는지, 무엇 때문에 현재까지도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있는지 그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두려웠기 때문인지, 아니면 진실을 얼마든지 숨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채동욱 전 총장이 조금이라도 일찍 진실을 밝혔더라면 본인은 물론이고 검찰 조직에 대한 상처를 훨씬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처음부터 진실을 밝혔으면 애꿎은 후배검사가 채 전 총장의 호위무사를 칭하면서 사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에 대한 진실공방의 여진이 가시기도 전에 우리 사회는 이른바 사초 실종 사건을 두고 또 진실공방이 뜨겁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봉화이지원에서 삭제되었다가 검찰에 의하여 복구되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하여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대화록은 삭제되지 않았으며 문서 제목이 나열돼있는 표제부만 삭제됐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삭제된 파일이 복구됐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너무나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검찰과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워서 국민들 생활이 팍팍하기만 한데 금방이면 확인될 수 있는 사실을 가지고 소모적인 진실공방 논쟁을 거듭하고 있으니 지금의 대한민국은 로마에 있는 ‘진실의 입’을 수입이라도 해 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진실공방의 당사자들이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거짓을 한 사람의 손이 잘리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금방 진실이 판명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진실공방을 둘러싸고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일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