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삼 충북지방경찰청장이 도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홍 청장은 “국정감사에서도 그렇고 경찰의 날에도 사과했는데, 또 다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정말 통탄을 금할 길 없다”며 사과했다.
최근 충북경찰에선 경찰간부들의 성추문이 잇달아 터졌다. 두 사건에 총경급 간부들이 연루된 것부터가 어처구니없다. 치안 방범을 책임지고 총괄하는 경찰간부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해 피조사자가 돼버렸으니 갈 데까지 간 셈이다.
충북경찰은 ‘지휘부 자정결의대회’를 갖고 반성과 솔선수범을 다짐했지만 다짐으로는 결코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경찰의 기강해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기강을 확립하고 민생치안에 주력하겠다는 경찰 수뇌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훔친 번호판을 단 ‘대포차’를 운행하다 구속되고, 도박행위로 징계 받은 경찰이 신고자를 보복 폭행해 사법처리되는 일들이 어찌 ‘금주령’으로 해결되겠는가.
충북경찰이 ‘지휘부 자정결의대회’를 갖고 반성하던 시간, 대전지검은 천안지역 경찰관 2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1명을 지명수배했다. 조직폭력배인 불법 오락실 업주에게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고 단속정보를 알려주는 등 뒤를 봐줬다고 한다.
오락실을 단속하면서 압수한 증거물을 폐기하는가 하면 종업원과 업주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쯤 되면 기강해이 차원을 넘어 총체적인 시스템의 위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충북과 충남경찰은 지금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범죄를 적발하고 범인을 검거해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성추문에 휘말리고 신분을 이용해 범행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일이 반복되는데 누가 경찰을 믿고 생명과 재산을 맡기겠는가.
경찰 조직에서 독직·범죄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자기통제력을 상실했다는 반증이다.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한 거듭나기가 요구된다. 잇단 ‘경찰 수치 사건’을 계기로 내사기능을 강화하고, 특히 지역 경찰과 토착 범죄자 사이의 검은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놔야 한다.
성추문이라고 개인 차원의 탈선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해서는 안 된다. 엄중히 조사해 진실을 규명해야 그나마 시민의 싸늘한 시선을 눅일 수 있다. 경찰 수뇌부는 시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그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