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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묙요세평] 차(茶)의 향기

“차의 향기가 무의식중에 몸에 배어, 주두다각(酒頭茶脚)하는 예의도 배우고, 생활 속에서 평정심과 중정(中正)도 잃지 않는 생활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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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3.19 17:1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 영 식 대전팝스오케스트라 ccd

최근 서울에서 내려 온 아우가 찻집을 열었다. 스님이 지어 준 상호로, 새롭게 인테리어를 한 이색적인 찻집이다.

내가 생각하건대, 예술과 생활을 통합할 수 있는 알맞은 곳이다. 차에 대해서 문외한인 나는 공부도 할 겸, 자주 들러 차에 대한 얘기와 지인과의 대화 장소, 내 노후문제 등을 폭넓게 사고해 보는 의미 있는 장소로 활용하기로 했다.

홍차와 커피, 보이차 등 좋은 차를 마시면서, 바리스타의 설명을 들으면서, 다과, 다기, 다로, 다완, 찻상, 찻잔, 차호, 차포를 어루만지면서, 다도, 다례, 포차법, 끽다법은 잘 모르더라도 자주 들른다.

거기서 좋은 사람과 좋은 얘기, 좋은 생각을 하면서,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과 청담(淸談)을 즐기기도 하고, 미래 설계, 퇴직 후 설계도 곁들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 구상처이자 일상의 휴식처로, 삶의 여유를 가져 본다.

차는 생산부터 배설까지 정성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다선일미(茶禪一味)’라 한다던가. ‘차와 선이 하나의 맛으로 통한다‘고 하고, 색향미(色香味)의 조화로 마신다고 한다. 차 마시는 사람이 물맛의 우열을 평가하는 것을 품천(品泉)이라고 하는 데, 물맛이 차 맛을 결정하므로 좋은 물을 사용하여야 한다. 그래야 뼛속 깊이 뚫고 들어가 인간의 삿된 마음을 몰아낼 것이다.

차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초의선사는 물의 여덟 가지 덕(德)으로 가볍고, 맑고, 차고, 부드럽고, 아름답고, 냄새가 없고, 비위에 맞고, 탈이 없어야 할 것이라 하고, 급히 흐르는 물과 괴어있는 물은 좋지 못하고, 맛도 냄새도 없는 것이 좋은 물이라 했다. 사람도 그럴 것이다. 좋은 물처럼 평정(平靜)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듯하다.

차는 색, 향, 미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다는데, 차의 색은 청취색(靑翠色)이 가장 좋고, 남백색(藍白色)이 다음이며, 그 밖의 황색은 품(品)에 못 든다 한다. 차 맛은 달고 부드러운 것을 상(上), 씁쓰레한 걸 하(下)로 치며, 차의 향기는 독특한 것이기에 다른 향을 섞으면 좋지 않다고 한다.

아무튼, 차의 향기가 무의식중에 몸에 배어, 주두다각(酒頭茶脚)하는 예의도 배우고, 생활 속에서 평정심과 중정(中正)도 잃지 않는 생활인이 되고 싶다.

바라건대, 차로 인하여 남들이 볼 때, 마음의 향기, 인품의 향기, 나이의 향기, 인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고, “참 좋아 보이네요”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편안한 얼굴로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밝은 마음, 맑은 마음이 생성되고, 마음 성장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욕심 부린다면, 음다(飮茶)하면서 인생 여정의 동반자를 찾고, 가끔은 시상이 떠올라 멋진 시작(詩作)을 하고 싶다.

차와 함께 생활인이 겪는 술. 그 음주십훈(음주예찬)과 불변의 진리에 대하여….

하나, 첫 잔, 내장 7m에 파고드는 환희, 짜르르르르.

둘, 또 한 잔은 진정한 대화에 우선할 수 있고, 잘 곰삭은 음식이나 친구에 견줄 수 있기도 하다.

셋, 또 한잔은 슬픔을 달랠 수 있고, 다음의 일을 슬그머니 하게끔 한다.

넷, 또 한 잔은 다소 실수를 인정함으로서, 또 다른 인맥을 형성하기도 한다.

다섯, 또 한 잔은 무미건조한 삶을 맛깔스럽게도 하고, 사람살이를 어우렁더우렁하게 한다.

여섯, 그 한 잔은 애환을 날려 보낼 수 있고, 잊을 건 잊고 잠을 푹 자게 한다.

일곱, 그 한 잔은 건강치 않으면 장복할 수 없으므로, 최소한의 몸 긴장을 유지하게 한다.

여덟, 그 한 잔은 여러 번 실수하면 왕따 당하므로, 스스로 조심함을 깨우치게 한다.

아홉, 그 한 잔은 쓰잘 데 없는 근심을 던져 버리고, 영웅호걸의 호연지기를 느끼게도 한다.

열, 그 한 잔은 호색가와 음주가무를 즐기는 자에게, 사전 통과의례 빌미를 제공해 준다.

하지만, 불변의 진리는 있는 법.

‘술에는 장사 없고, 중독에는 천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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