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로비 혐의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야 의원 5명이 21일 방탄국회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시간벌기 전략’에서 급선회,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뜻하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다고 속속 ‘백기투항’했다.
정기국회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임시국회를 굳이 소집한 것을 놓고 ‘방탄 국회’ 논란이 들끓자 결국 등떼밀리듯 법원에 나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들 의원은 당초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방어권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법원에 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이 ‘강제구인’이라는 초강수를 둔 데다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더는 ‘우회’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김재윤 의원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당 신학용 의원도 이날 오후 4시 실질심사에 자진 출두했고 신계륜 의원도 이날 오전 예정된 심사 시각은 넘겼지만 오후 5시40분께 법원에 출석했다.
검찰은 애초 이들 의원이 심사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자 22일부터 열리는 8월 임시국회를 방패삼아 구속을 피하려는 ‘꼼수’로 보고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에 들이닥쳐 강제 구인을 시도했다.
국회에 도착한 검찰은 당시 유일하게 의원회관에 있던 신학용 의원과 구인장을 사이에 두고 2시간30분 가까이 신경전을 벌이다 낮 12시30분께 신 의원이 강하게 출석 의사를 밝히자 인력을 철수했다.
신 의원의 자진 출두 소식이 알려지면서 뒤이어 신계륜 의원도 법원 심문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밝혔다.
비리 혐의 의원들이 자진해서 실질심사에 나가기로 함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동료 의원 보호’ 명목으로 8월 임시회를 단독 소집했다는 호된 비난의 화살은 일단 비켜갈 수 있게 됐다.
‘방탄 국회’ 오명을 겨우 벗은 새정치연합은 이날 검찰의 강제 구인 시도를 또 다른 ‘야당 탄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은 철도·해운업계 로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새누리당 조현룡·박상은 의원에 대해서도 이날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조 의원은 한때 ‘도주’했다는 의혹을 받다가 뒤늦게 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박 의원도 이날 행적을 감췄다가 느지막이 오후 5시50분께 인천지법에서 열리는 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조 의원에 대한 실질심사는 이날 밤 8시에 열린다.
새누리당으로선 새정치연합에 퍼부었던 ‘방탄 국회’ 공세를 고스란히 되돌려받을 위기에 처했다가 가까스로 모면한 셈이다.
이들 의원은 당 지도부로부터 영장심사 출석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두 의원의 보좌관에게 연락해 ‘정해진 시간의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으면 이른 시일 내 본회의에서 당론으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수밖에 없어진다, 본인이 더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므로 출석하라’는 최후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무성 대표도 당 소속 의원들의 영장심사 불출석과 관련해 취재진과 만나 "본인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당에선) 보호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최병준기자 choibj5359@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