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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봉책보다는 원점에서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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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4.19 18:51
  • 기자명 By. 충청신문

“학원 등 사교육기관에 대한 실질적 규제 방안 마련과 학교 교육력

강화를 통한 사교육 억제 등 교육 본질을 회복하는 방안 등을 고려

하여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지난해 9월부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되었다. 이에 발맞춰 학교 현장에서는 법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였다. 동시에 선행학습 금지법의 부작용과 모순점이 보완될 수 있는 후속적 대책 및 현장 지원을 교육부와 국회에서 마련해 주기를 소망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교육부에서는 부작용과 모순점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선행학습 금지법 중 ‘방과후학교’에 한하여 선행학습 금지 규제를 풀어준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교육기관의 선행학습은 허용하면서 공교육에서만 선행학습을 금지함에 따라 사교육비만 증가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이다. 이는 선행학습금지법 자체가 사교육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는 개연성을 차단하지 못하고, ‘방과후학교’에 한해서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것은 눈 감고 아웅하는 미봉책이며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선행학습 금지법은 여야가 각각 제출한 법안을 짬뽕한 후 여·야 합의(?)로 가결되어 탄생한 학교교육현장과 맞지 않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차제에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 여론에 밀려 무엇을 위한 개정인지도 불분명한 땜질식으로 개정을 하다 보면 더 많은 모순점과 문제점이 발생하게 될 수 있다.

선행학습 금지법은 사교육 과열 현상과 학생들의 학습부담, 소모적 경쟁 등 교육적 폐해를 유발하는 선행교육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는 법안 취지는 그럴 듯하다. 그러나 고등학교의 경우 선행학습이 유발되는 가장 큰 원인인 수학능력시험을 비롯한 대학입시를 정점으로 한 입시경쟁이 상존하고, 학부모의 요구로 인해 사실상 학교에서 선행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상만을 쫓아 신설한 법이다. 당연히 모순점을 가지고 출발했던 특별법이었기에 그 폐해는 학생·학부모, 학교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선행학습 금지법에는 초·중·고교 및 대학의 정규 교육과정과 방과후학교 교육과정에서 선행교육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반면에 학원·교습소 등 사교육 기관은 단지 선행교육을 광고하거나 선전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만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보다는 학원이나 교습소 등 사교육기관에서 극성을 부리며 선행학습을 경쟁력으로 자랑하고 있다. 사교육기관에서의 선행교육은 처벌 조항 없는 선언적 의미의 광고나 선전 금지의 법적조항만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만 정상적인 예습조차 못하게 규제해 놓고 방과후학교와 학원에서는 선행학습을 허용하게 한다는 개정안은, 더더욱 학교교육의 경쟁력과 신뢰를 약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의 존재 이유와 교육본질의 훼손을 의미하기도 한다.

선행학습의 출발지인 사교육을 놔두고 학교만을 규제하는 법률 자체의 한계는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11일, 박주선 의원실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선행교육규제 특별법 시행 6월 성과와 한계’ 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학원 규제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학교만의 규제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우며 공교육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게다가 법의 명칭이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다. 그런데 학교에서의 선행학습 규제만 있고, 공교육정상화를 촉진하는 내용은 전무한 것도 문제점으로 남는다. 선행학습 문제는 학교교육을 옥죄는 방향이 아닌 교육과정의 개혁과 대학입시제도의 종합적 재설계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방과후학교’의 선행학습 허용이라는 땜질식 선행학습금지법 개정은, 모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후속적 대책이 될 수 없다. 학원 등 사교육기관에 대한 실질적 규제 방안 마련과 학교 교육력 강화를 통한 사교육 억제 등 교육본질을 회복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여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하헌선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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