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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절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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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6.16 18: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100년 넘게 우선적인 물 사용권을 행사해온 상급용수사용권자(senior water-rights holder)들에게 절수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수자원법은 주요 수로의 소유권을 갖고 있었거나 강 또는 개천에 인접한 자산을 보유한 개인 및 단체에 대해 물을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상급용수사용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상급용수사용권자의 물 사용을 제한한 것은 지난 1977년 이후 약 40년 만이라는데, 혹심한 가뭄에 물 사용권을 제한해서라도 물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물 아껴 쓰기’라면 똑 우리 선조들처럼만 하면 된다. 갑신정변의 행동대였고 을사늑약 후 함경도와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이규완(李圭完)이라는 이가 있다.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묻고 있다. “빨래는 어디서 하느냐?” 개울에 들고 나가서 빤다고 하자, “안 되니라. 작고 큰 빨래 할 것 없이 반드시 집안에 있는 샘에서 빨고, 빨고 난 땟물은 버리지 말고 두엄터에 끼얹어라.” 밖에 나다니지 말라는 족쇄가 아니다. 비록 하찮은 때를 빤 물이라도 버리지 말고 보이지 않는 때일망정 거름으로 이용하라는 근검의 가르침이다.
 
▷혼담이 오가면 중신아비로 하여금 예비 신부의 마음씀씀이를 염탐시키는데 그중 하나가 샘에서 물을 기를 때 물동이를 채우고 남은 두레박의 물을 어찌 처리하는 지였다. 조금 남은 물이라 하여 버리면 감점이다. 법도 있는 집안은 남은 두레박 물을 샘에 다시 붓도록 가르쳤으니 살림에서 근검하는 마음의 틀이 잡혔나를 그에서 보았던 것이다. 선조들은 이처럼 한 방울도 헛되이 버리지 않았다. 쌀 씻은 뜨물, 먹다 남은 국물, 설거지 하수 등 모조리 부엌 문 앞에 놓인 궂은 물통에 버렸다가 겨에 섞어 돼지에게 먹였다.
 
▷어릴 적 밖에 나가 놀더라도 오줌은 반드시 집에 돌아와 누도록 듣고 자랐다. 아무데나 누면 고추 끝이 붓는다는 금기까지 있었다. 생리하수까지 절약했던 것이다. 산간지대에는 급수를 해야 할 만큼 지역의 가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절수는 남의 일이 아니다. 양치질에 컵 사용, 통에 물 받아 설거지, 빨래 모아서 하기, 마실 만큼 물 따르기 등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야겠다. 더불어 지자체들은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을 제도화해 물 사용을 관리하고, 각 가정에 절수기 설치도 독려해야겠다.
 
안순택<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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